'에셜론' 교황-테레사수녀-다이애나비 통화도 엿들었다

  • 입력 2000년 2월 27일 22시 56분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적인 위성통신감청망인 ‘에셜론(ECHELON)’이 정치인뿐만 아니라 고(故)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고(故)테레사수녀의 통화내용까지 도청했다고 영국 선데이타임스지가 2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에셜론을 주관하고 있는 미 국가안보국(NSA) 직원이었던 웨인 메드슨의 증언을 인용, 이같이 전했다.

생전 대인지뢰 금지운동과 관련한 국제 자선활동을 활발히 벌여온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는 대인지뢰가 많이 매설된 지역이 주요 분쟁지역이란 점 때문에 도청 대상이 됐다. 또 국제사면위원회나 그린피스 등 영향력 있는 국제 단체뿐만 아니라 바티칸 교황청도 도청당했다고 메드슨은 주장했다. 이에 따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나 테레사수녀가 다른 사람들과 통화한 내용도 고스란히 도청당했다는 것이다.

에셜론은 1948년 공산국가에 대한 군사정보수집용으로 창설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위성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민간분야에 광범하게 위성통신을 사용하게 되자 현재는 각국의 기업 활동을 감청하는 스파이용으로도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에셜론의 존재는 1988년 스코틀랜드 출신의 기자 던컨 캠벨에 의해 처음 일반에 알려졌다. 이달에는 미 조지워싱턴대 국가안보기록보관소가 보관중인 에셜론 관련 비밀문서가 공개되기도 했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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