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E메일 몰래 보단 큰코다쳐"…외국기업 실태

  • 입력 2000년 2월 27일 23시 25분


세계적인 복사기 제조업체 제록스는 지난해말 근무시간에 음란 사이트나 사이버 도박 사이트에 습관적으로 접속을 한 직원 40명을 해고했다. 제록스의 조치는 직원이 어떤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는지를 회사가 검열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화제가 됐다.

▼첨단 보안기술로 무장▼

외국 기업 역시 E메일(전자우편)이나 첨단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정보유출을 막기 위한 보안검열이 철저하다. 98년 미국 경영자협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기업의 45%가 직원의 E메일이나 컴퓨터 파일을 검열하고 있다.

정보통신이나 전자 등 첨단업종의 회사들은 기밀서류를 복사한 사람의 신원이 복사기에 자동으로 기록되고 기밀이 담긴 디스크는 파일복사가 아예 불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갖추어 놓고 있다. 기밀 디스크를 회사 밖으로 가지고 나가면 저절로 내용이 지워지도록 하는 등 보안시스템도 첨단화되고 있다.

▼"사생활 침해" 거센 논란▼

기업들의 이런 추세에 대한 반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주는 최근 회사가 직원들의 E메일을 열어보는 행위를 아예 금지하는 법률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의 개인 사생활 검열이 지나치다’는 지역주민들의 불만을 의회가 수용한 것.

60여개국에 지사를 두고 2000명의 직원을 거느린 세계 최대의 홍보기업 버슨 마스텔라는 사생활 보호를 위해 회사가 직원의 E메일을 열어 볼 수 없도록 사규를 개정했다. 대부분의 외국기업들은 직원들의 사생활을 함부로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이 보안전문가들의 지적.

▼사규 개정등 방지책 마련▼

한국 IBM의 한 관계자는 “외국기업은 변호사에게 자문해 누가 보아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극히 제한적으로 E메일을 검색하고 있다”며 “한국기업처럼 특정 단어가 들어 있는 E메일을 모두 검열하고 기밀을 다루는 부서원의 모든 E메일을 검열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메일이 검열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원에게 통보하지 않아도 민사소송 대상이 되기 때문에 직원들 모르게 검열프로그램을 운용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에스원 보안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한국기업이 지금처럼 직원들의 사생활 보호에 신경쓰지 않다가는 법정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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