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총련중앙본부 재정국에서 수입과 지출을 체크해왔다. 북한에 몰래 돈을 보내는 부정송금을 지휘해온 장본인이었다. 80년대부터 90년대 후반까지 김일성(金日成)주석의 생일(4월15일)과 김정일의 생일(2월16일) 등에 맞춰 30∼40차례나 현금을 니가타(新潟)항의 만경봉 92호까지 운반했다. 최소 30억엔을 직접 운반했으며 내가 아는 송금액만 300억엔에 이른다. 이는 조총련을 통해 공식적으로 보낸 돈이며 개인송금까지 포함하면 그 몇 배나 되는 돈이 북한으로 건너갔을 것이다. 송금액이 많았던 것은 82년 김일성 탄생 70주년, 89년 세계청년학생축전, 92년 김일성탄생 80주년 때다. 특히 82년 때는 50억∼60억엔을 보냈다.
송금 지시는 모두 김정일이 한다. 지시는 강주일(姜柱日)조선노동당 선전부장을 통해 조총련에 전달된다. 강부장이 만경봉호를 타고 니가타항에 들어오면 조총련의 허종만(許宗萬)책임부의장이나 다른 간부가 마중을 나간다. 강부장은 “수령님 생일까지 ○○억엔을 가져오라”고 지시한다. 지시를 받은 조총련간부는 도쿄(東京)로 돌아와 곧바로 중앙상임위원회를 열어 돈을 할당한다. 할당액은 조총련 조직국 간부가 각 지방 본부에 배정한다. 지방본부 조직부장은 이를 지부나 산하단체에 지시한다. 연락은 전화도청을 막고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항상 구두로 한다. 각 지방에서 현금을 갖고 도쿄로 오면 이 돈은 조총련 본부 건물 4층에 있는 대형금고에 보관한다. 금고 안은 어른이 양손을 벌리고도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넓다. 모금시 조은(朝銀)신용조합이 큰 역할을 한다. 조은은 리베이트 등을 가명계좌에 보관하고 있다가 이 돈을 낸다.
이 돈을 신칸센(新幹線)열차로 니가타까지 운반하는 것이 내 임무였다. 태권도 유단자인 5, 6명의 젊은이가 조를 이뤄 현금 가방을 운반한다. 니가타에 도착하면 즉시 항구 옆에 있는 조총련 니가타현 본부로 간다. 이곳에서 돈을 종이봉투에 2000만∼3000만엔씩 나눠 담는다.
이 봉투를 만경봉호에 타는 북한인에게 주며 “중요한 물건이므로 배에 타면 즉시 지도원동무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한다. 세관원이 검사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검사를 하려고 하면 소동을 일으켜 검사가 불가능하게 만든다. 또 앞사람에 붙어서 틈을 두지 않고 곧바로 승선하기 때문에 검사 자체가 불가능하다. 니가타의 조총련직원에게 “돈은 얼마를 써도 좋으니 세관원을 잘 접대하라”고 지시해 놓기 때문에 그 덕을 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