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체트 칠레 도착…법원, 면책특권 박탈 검토

  • 입력 2000년 3월 3일 19시 28분


반인륜 범죄 등의 혐의로 영국에서 체포돼 억류 16개월만에 풀려난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칠레 대통령(84)이 3일 오후(한국 시간) 칠레에 도착했다.

피노체트를 태운 칠레 공군기는 이날 수도 산티아고 북쪽 1460㎞에 위치한 이키케 공항에 착륙했다고 피노체트 재단 루이스 코르테스 이사장(예비역 장군)이 밝혔다.

칠레 당국이 삼엄한 경비를 편 가운데 공항 주변에는 피노체트를 환영하는 우익단체와 그의 석방을 비난하는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피노체트는 도착 직후 헬기를 타고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피노체트가 칠레에서 사법적 단죄를 받을지가 관심이 되고 있는 가운데 외신들은 그가 인권단체 등이 제기할 각종 소송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법원은 피노체트가 종신 상원의원으로서 누리고 있는 면책특권을 박탈할 수 있는지 검토중이다. 리카르도 라고스 신임 칠레 대통령은 최근 피노체트 처리는 사법부에 맡긴다고 말해 그에 대한 사법처리를 강력히 시사했다. 피노체트 석방과 관련, 미국 백악관은 2일 피노체트를 석방해 고국으로 돌려보내기로 한 영국 정부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는 라고스 신임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칠레를 방문하려던 일정을 취소했다.

한편 영국은 피노체트를 체포해 석방하기까지 법적 절차 진행과 경호 등에 1500만파운드(약 300억원)를 썼다고 데일리 텔레그래프지가 3일 보도했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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