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주지사와 치열한 경합을 해온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이날 “고향(애리조나주)으로 돌아가 상황을 재평가해보겠다”고 밝혀 중도포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미 그의 거취는 언론의 관심사가 아니다.
▼ 매케인 중도포기 시사 ▼
미 언론도 본선이 8개월이나 남았으나 벌써부터 고어와 부시의 본선대결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미 NBC방송과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유권자 1213명을 상대로 고어와 부시의 가상 본선대결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두 사람의 지지율은 똑같이 46%로 나왔다. 올 1월 CNN방송의 여론조사에서 부시가 56%의 지지를 얻어 39%를 얻은 고어를 압도했던 것과 비교하면 고어의 추격이 놀랍다. 고어는 부시보다 수월하게 당내 예선을 통과하면서 상승세를 탔다.
11월 본선까지 ‘긴 시간’이 남았으나 미 언론은 7일의 예비선거중 캘리포니아주 예선을 통해 어렴풋이 본선의 향방을 가늠하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주는 민주 공화당별로 예선을 치르지 않고 한장의 용지에 모든 후보의 이름을 기재하고 당적에 관계없이 투표하는 방식으로 예비선거를 치렀다. 공화 민주당 가릴 것 없이 모든 후보에 대한 인기투표가 실시된 것이다. 물론 대의원 선출을 위해서는 당원표만 집계된다. 이와 함께 캘리포니아는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인단이나 후보를 지명하는 대의원이 가장 많기 때문에 예비선거가 ‘미니 대통령선거’로 불리기도 한다.
▼ 부시-고어 46% 지지율 ▼
이번에는 후보별로 앨 고어 부통령이 1위를 차지했지만 당별 지지는 공화당이 민주당을 앞서는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개인별 득표율은 고어 34.1%, 부시 28.5%, 매케인 24.5%, 빌 브래들리 전 상원의원 8.3%의 순이었으나 부시와 매케인을 합친 공화당 지지가 53%로 민주당의 42.4%를 앞섰다. 공화당이 캘리포니아 예선에서 민주당을 이긴 것은 1988년 조지 부시 전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부시가 선전했다기보다는 매케인이 공화당원이 아닌 유권자의 표를 끌어들여 전체적으로 공화당 지지가 많았던 것으로 분석돼 이번 결과가 반드시 부시에게 유리하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예선과정에서 골수 공화당원의 표를 얻기 위해 지나치게 오른쪽으로 치우쳤다는 평을 듣는 부시가 노선을 중도로 수정해나간다면 매케인을 지지했던 비공화당 유권자를 끌어들일 수는 있다고 미 언론은 분석했다.
▼ 캘리포니아州 공화 우세 ▼
반면 고어는 1위를 하기는 했지만 캘리포니아주가 전통적으로 민주당세가 강한 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다지 기뻐할 일은 못된다. 그가 40% 정도의 지지를 얻을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갔다며 실망하는 민주당 인사가 있을 정도.
정당 지지도에서 뒤진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고어가 캘리포니아에서 표밭을 넓히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는 특히 인구의 69%를 점하는 백인 사이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선과정에서 공세적 선거전략으로 재미를 본 고어는 이날 개표결과가 나오자마자 재빠르게 총기규제와 낙태문제 등 부시의 약점을 공격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사실상 막이 오른 본선은 길고 치열한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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