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노인 장례-유산 책임집니다"… 日 사후은행 등장

  • 입력 2000년 3월 12일 19시 49분


‘돌아가신 뒤 이승에 남은 일을 책임져 드립니다.’

고인의 유언집행이나 유산관리 등을 맡아주는 ‘사후(死後)은행’이 일본에 등장했다. 비영리법인인 이 은행의 정식명칭은 ‘일본생전계약 등 결제기구’.

일본에서는 독신생활 노인이나 자식 없는 부부가 계속 늘고 있다. 장례절차나 사후 재산처리를 믿고 맡길 만한 피붙이가 없는 사람이 많은 것.

사후은행은 생전에 죽은 뒤의 일처리 방향을 설계해 두면 그대로 집행하거나 제삼자의 일처리를 감시해주는 기구. 의뢰인은 장례절차, 장례식 참석자에 대한 답례, 공공요금 청산, 남은 재산의 기부나 상속 등 일처리 방향을 자세하게 유언장에 써두면 사후은행이 어김없이 그대로 해준다.

지금은 변호사를 비롯한 개인이 유언집행 일을 해왔으나 일처리를 대신할 사람이 먼저 죽는다든지 예기치 않은 일이 생기면 유언장을 다시 쓰기도 했다. 제대로 일을 처리하는지 감시할 길도 없었다.

사후은행 사무국은 “공익법인 자격으로 유언집행을 책임지기 때문에 사후처리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믿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 은행은 후쿠오카(福岡)지검 검사장 등을 지낸 다무라 다쓰미(田村達美)변호사가 이사장을 맡고 변호사 교수 등 14명이 임원이 된다.

다음 달부터 민원접수를 시작하는데 계약료는 유언장 작성을 포함,10만엔(약100만원) 가량 될 전망. 장례절차 비용은 별개며 벌써 사후 유언집행에 관한 문의가 밀려들고 있다. “친척이 없으니 나 죽은 뒤 장례를 치러달라” “죽은 뒤 애완동물을 대신 보살펴 줄 사람을 찾아달라” “사후에 주택을 대신 팔아 고아원에 전해 달라”는 등 사연이 많다. 노령화사회가 진전되고 있는 일본에서는 사망보험금으로 장례절차 비용을 충당하는 사후보험이 개발됐고 독신생활 사망자의 장례대행 전문업체도 속속 생기고 있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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