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의 한 중역. 그는 지금 뉴욕의 ‘이미지 업’ 컨설턴트, 찰스 새카렐로의 도움을 받고 있다.
승진을 눈 앞에 두고 있던 몇 달전 그는 아내와 함께 회사의 중역들이 모이는 자리에 초대받았다. 그러나 절망적이었다. 아내는 썰렁한 조크에 이어 물을 꿀꺽꿀꺽 소리내며 마시더니 결국엔 너무 꼭 끼이는 옷차림 때문에 기절, 정원 풀장에 빠져버렸다. 얼마 후 그는 승진에서 누락, 다른 직장을 찾아야했고 그의 아내는 현재 새카렐로에게서 기업가 배우자로서의 몸가짐을 익히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에선 사교생활에 적합하지 않은 배우자 때문에 치열한 승진 경쟁에서 밀려나는 부부를 대상으로 한 ‘배우자 출세학’ 강좌가 확산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특히 회사의 중역 중에 서민층 출신의 자수성가형이 많아지면서 그들 배우자는 적절한 처신법을 익히려고 노력해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이 분야의 권위자인 새카렐로는 이미지컨설턴트 경력 15년 간 잘나가던 사람이 밀려나는 경험에서 배우자 교정사업을 착안했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위해 강좌를 듣고 책을 읽지만 이보다는 배우자의 외모나 행동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한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새카렐로는 최근 기업가의 배우자를 공인으로 보이게 하는 프로그램을 내놨다. 여기엔 테이블 매너는 물론 액세서리 착용법(절대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꾸미지 말 것), 얼음장같이 차가운 침묵을 깰 수 있는 한마디를 찾는 법 등이 포함돼 있다.
남편도 노력해야하는 건 마찬가지. 공무원으로 지내다 은퇴한 빌 히긴스는 현직 기업가인 아내를 위해 ‘외조하는 남편의 모임’을 얼마 전 출범시켰다.
그러나 지나친 배우자 역할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미지컨설턴트 카밀 래빙톤은 “강좌를 듣는 대부분은 아내들”이라며 “이들은 남편의 성공이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사회적 중압감에 지쳐 있다”고 말했다. 이제 ‘단순 내조’만으로는 부족한 시대가 왔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