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로슬린 연구소와 함께 돌리를 만들어냈던 영국의 생명공학회사 PPL 세러퓨틱스는 14일 성명을 통해 “5일 세계 처음으로 복제 암퇘지 5마리가 태어났다”며 “동물장기의 인간이식으로 불리는 이종이식(異種移植) 기술의 개척에 신기원을 이룩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5마리…인간장기와 유사▼
복제돼지 5마리의 이름은 밀레니엄에서 딴 ‘밀리’, 67년 인간의 심장이식 수술을 처음 실시한 크리스천 버나드에서 딴 ‘크리스타’, 이식수술 개척으로 노벨상을 받은 알렉시스 캐럴에서 비롯된 ‘알렉시스’와 ‘캐럴’, 인터넷 사용증가를 반영한 ‘닷컴’으로 각각 결정됐다. 이들은 미 버지니아주 블랙스버그 소재 PPL연구소에서 출생했다.
5마리의 복제돼지는 96년 7월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난 돌리와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체세포핵을 이전해 만든 복제돼지 수정란을 암퇘지의 자궁에서 자라게 만든 것.
돼지 장기는 그동안 간 심장 신장 등 인간 장기와 크기가 가장 비슷하고 인체 이식 후 거부반응이 가장 적다는 점 때문에 만성적인 장기 부족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돼지는 체세포핵 이식 등 체외 난자 조작과정에서 손상되기 쉽고 20개 이상의 ‘복제 수정란’을 만들어 동시에 자궁에 이식하지 않으면 수태가 안되는 등 양이나 소 등에 비해 더욱 어려운 기술이 필요해 그동안 진전을 보지 못했다.
▼"4년내 인체에 이식실험"▼
PPL사는 “현재까지 알려진 기술적 어려움은 모두 극복했다”며 “앞으로 4년 내에 돼지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실험이 시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미국과 유럽에서 장기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는 올 1월 현재 각각 6만8000여명과 5만명에 이르며 이 수는 매년 15%씩 증가하고 있다. 이날 복제돼지 탄생 소식이 전해진 후 PPL사의 주가는 19%나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장기 이식시장의 규모가 연 100억달러(약 11조원)에 달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