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은 23일 예루살렘의 유대인 학살 기념관에서 “600만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 독일의 만행은 끔찍한 비극”이라며 로마 가톨릭교회 교황으로서는 처음으로 슬픔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유대인들 사이에서는 ‘미진하다’며 반발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미국 CNN방송이 전했다. 이스라엘의 유대교 최고 지도자인 랍비 마이어 라우는 23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교황인 비오 12세가 유대인 대학살에 대해 침묵한 것을 비판하리라 기대했다”며 유감을 나타냈다.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생존자의 아들인 대니 나베 변호사는 “교황이 나치 치하 로마 가톨릭교회의 행동에 대해 언급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그러나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는 “교황의 유대인 학살 기념관 방문이야말로 몇 세기 동안 이어져온 가톨릭과 유대교의 반목을 치유하기 위한 여정의 절정”이라고 치하했다.가톨릭은 예수를 못박혀 숨지게 한 책임이 유대인들에게 있다고 생각해왔으며 이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저지른 유대인 대학살에 대해 외면해왔다.교황은 25일 나사렛의 성(聖)수태고지 교회와 올리브산을, 26일 동예루살렘의 ‘십자가의 길’과 성묘교회를 방문한 후 바티칸으로 돌아간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