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결합은 AOL-타임워너의 ‘히스패닉 버전’. 프로그램 유통 경로인 정보 통신망을 가진 텔레포니카가 유럽 최대의 미디어 콘텐츠 회사를 흡수함으로써 ‘히스패닉 미디어’의 글로벌 전략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이다.
텔레포니카는 3, 4년 전부터 전세계 스페인어권 미디어에 대한 패권을 바탕으로 AOL-타임워너 같은 영어권의 글로벌 미디어에 대응하는 전략을 마련해왔다.
텔레포니카의 외형은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에 버금하는 수준으로 99년 매출액이 1310억 달러(157조 2000억원)이고 순이익은 18억 달러(2조1600억원).
97년 민영화 이후 금융인 출신 후앙 빌라롱가 회장의 지휘 아래 영화와 TV 프로그램 등 콘텐츠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수익의 66%를 전화 사업에 의존하고 있으나 프로덕션이나 방송사 인수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유럽의 ‘미디어 약탈자’로도 불린다. 최근에는 아르헨티나의 방송사를 인수했으며, 라틴 아메리카 인터넷 사업의 60%를 장악하고 있다.
엔데몰은 5억 달러(6000억원)의 매출액과 4600만 달러(552억원)의 순익을 낸 프로덕션사. ‘빅 브라더’ ‘체인징 룸스’ 등 400여개의 TV 프로그램을 제작했으며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지사를 둔 다국적 기업이다. ‘빅 브라더’는 유럽과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프로.
엔데몰은 그동안 독일텔레콤 프랑스텔레콤 등 유럽의 대형 정보통신사로부터 ‘빅딜’제의를 받았으나 “돈보다 콘텐츠 출구를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는 텔레포니카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한편 텔레포니카의 글로벌 미디어 전략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 스페인 정부가 텔레포니카의 막강한 미디어 파워를 우려하고 있는데다 조만간 독점을 엄격히 규제하는 새로운 미디어법을 제정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허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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