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홀브룩 유엔대사 고어 당선땐 美국무 유력"

  • 입력 2000년 3월 27일 20시 12분


리처드 홀브룩 유엔주재 미국 대사(58)가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앨 고어 부통령이 승리할 경우 차기 국무장관으로 유력시된다고 미국의 뉴욕타임스지가 26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의 일요판 부록인 뉴욕타임스 매거진은 ‘리처드 홀브룩의 야망’이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에서 “고어 부통령과 홀브룩 대사가 가까운 사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실제로 고어부통령은 1996년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의 후임으로 홀브룩을 강력히 추천했었다.

지난 해 8월 유엔대사로 임명된 홀브룩은 미국의 유엔 분담금 연체문제로 불편한 상태에 있던 미국과 유엔의 관계를 개선하고 유엔에서 미국의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하는데 수완을 발휘해 왔다. 그는 이 과정에서 대표적인 유엔 비판론자인 공화당의 제시 헬름스 상원 외교위원장에게 1월 유엔 안보리에서 유엔의 활동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함으로써 ‘분노’를 삭이게 했다.

뉴욕타임스는 장차 홀브룩이 국무장관으로 임명되면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점을 들어 홀브룩의 이같은 행동은 “자기 잇속을 챙기기 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홀브룩은 “나의 목표가 국무장관이 되는 것이라면 나는 지난 20년간 행동한 것처럼 처신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나는 정책에 관심이 많기는 하지만 국무장관을 지낸 사람들은 대체로 나보다 훨씬 신중했다”고 말했다.

홀브룩은 ‘떠벌이’로 불렸던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처럼 상대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네 혼란스럽게 한 뒤 반응을 떠보는 협상술로 정평이 나 있다. 이 때문에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 못지 않게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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