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美와 관계회복 희망"

  • 입력 2000년 3월 31일 20시 52분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20년 가까이 외교관계를 단절해 온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바란다는 의사를 밝혔다.

카다피는 지난달 30일 영국의 위성방송 아랍뉴스네트워크(ANN)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일방적으로 우리와 단교를 결정했던 미국과의 관계 재개를 환영한다”고 말했다고 AFP 등 외신이 31일 전했다.

카다피의 이같은 발언은 미국이 조만간 미국인에 대한 리비아 여행금지조치를 해제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유엔은 이미 지난해 4월 리비아에 대한 각종 제재 조치를 해제했다. 미국도 지난달 25일 미국인의 리비아 여행이 안전한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단교 후 처음으로 영사급 조사단을 파견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외교 관계 회복에 관해서는 아직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카다피의 발언이 나온 직후 “리비아에 대한 미국 정책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올브라이트는 “조사단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경우 리비아에 대한 여행금지조치를 해제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여행금지조치 해제는 관계 정상화와 완전히 별개의 사항”이라고 못박았다.

미국은 1981년 주미 리비아 대사를 추방함으로써 일방적으로 리비아와 단교했다. 카다피가 각종 테러를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특히 1988년 270명을 태운 미 팬암기가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 폭발하자 리비아는 그 배후로 지목돼 미국과 유엔의 경제 제재를 받았다. 국제적으로 고립됐던 리비아는 지난해 로커비 사건 용의자인 자국민 2명을 국제 재판소에 넘김으로써 국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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