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부치총리가 중태라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는 당분간 아오키 미키오(靑木幹雄)총리임시대리체제로 가도 되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강했다. 후임총리를 선출하더라도 7월에 열리는 G8정상회담을 위한 과도총리를 정한 뒤 나중에 본격적인 당내 경선을 통해새 총리를 선출한다는 ‘2단계 선출론’이 부상했다. 과도총리로는 총리경험이 있는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대장상, 자민당총재 출신의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외상의 이름이 거론됐다.
그러나 오후 오부치총리의 상태가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집권 자민당내에서는 곧바로 실세 총리를 선출하기 위한 물밑작업이 시작됐다. 오부치총리의 퇴진이 확실한 이상 22일 미야자키(宮崎)에서 열리는 태평양 섬 정상회담과 7월 오키나와(沖繩)의 G8정상회담 등 주요 국제회의에 ‘대리총리’를 내보낼 수 없다는 의견이 득세했다.
자민당내 오부치, 에토 가메이, 모리파 등 주요 파벌들은 대체로 모리 간사장이 적당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오부치파에는 내세울만한 총리감이 없다. 이 때문에 오부치파에서조차 모리 간사장이 경제문제를 담당해 왔고 자민 자유 공명당의 3당 연립에 적극적인 편이어서 오부치총리의 정책을 자연스럽게 이어받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비주류로서 차기총리를 노리고 있는 가토 고이치(加藤紘一)전간사장도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공명당도 연립정권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고 말해 모리 간사장을 측면 지원했다.
모리 간사장이 자민당의 신임 총재로 선출돼 국회에서 총리임명동의를 얻으면 내각총사퇴를 거쳐 새 내각이 구성된다. 모든 과정이 빠르면 금주내에도 이뤄질 수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이번 주말 신임총리가 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미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새 총리가 선출되면 이는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 사안이므로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하라고 요구할 방침이다. 현 중의원의 임기는 10월 19일에 끝난다. 오부치총리는 7월 G8회담을 치른 뒤 중의원을 해산할 방침이었다.
다만 여야 정당들이 정국안정을 위해 임기말까지 중의원을 해산하지 않기로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