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연금생활자 된 옐친 前러대통령

  • 입력 2000년 4월 6일 21시 30분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이 5일 공식으로 연금생활자가 됐다.

미하일 주라보프 러시아 연금기금위원장은 이날 모스크바 교외의 정부 소유인 ‘고리키 9 별장’을 찾아가 옐친에게 연금카드를 건네주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연금카드 전달 장면은 국영TV를 통해 러시아 전역에 방영됐다.

AP통신은 옐친 집권 9년간 정치적 소요와 경제파탄으로 연금을 제때 받지 못했던 러시아 국영기업 근로자와 연금 생활자들에게 앞으로는 연금이 제때 지급될 것임을 강조하기 위해 연출된 장면이라고 풀이했다.

권력을 넘겨준 뒤 이날 모처럼 대중 앞에 나타난 옐친은 과거 심장병으로 시달리며 더듬거리던 때와는 달리 건강한 모습이었다. 옐친은 “연금생활자이지만 모든 힘을 다해 러시아를 위해 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활동계획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옐친은 돈 때문에 고민할 이유는 없다. 지난해 12월 31일 전격적으로 대통령직을 사임하면서 후계자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총리로부터 ‘보장’을 받았기 때문. 푸틴 총리는 퇴임후 옐친에게 대통령 월급의 75%를 연금으로 지급하며 국영 별장 중 한 곳을 거주지로 쓰도록 허용하는 명령서에 서명했다. 또 옐친 비서진의 월급도 정부예산으로 지원키로 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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