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銀부총재 "IMF 삼류학자가 세계경제 망치고 있다"

  • 입력 2000년 4월 10일 19시 43분


12일 시작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연차 회의를 앞두고 세계은행의 수석경제학자이자 부총재를 지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IMF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지난해말 미 재무부와의 알력으로 세계은행을 떠난 스티글리츠 교수는 권위있는 미 정치전문 주간지 ‘뉴 리퍼블릭’ 최근호(17일자)에 게재된 기고문에서“IMF의 삼류 경제학자들이 세계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그동안 IMF 등에서 긴축 처방을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의 이면을 소개했다. 그가 외환위기를 당한 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IMF의 고금리 긴축 처방을 비판해온 것은 널리 알려진 일. 그의 지론은 중남미에 적용된 고금리 긴축처방이 재정흑자와 낮은 물가인상률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 태국 등 동아시아 국가에 적용될 경우 오히려 기업들의 연쇄도산을 불러일으켜 불황과 경기침체를 악화시킬 뿐이라는 것.

그는 스탠리 피셔 수석부총재를 비롯, IMF의 경제학자들을 만나 이 처방을 포기할 것을 설득했으나 그들은 주요국가들이 IMF에 파견한 이사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회피했으며 IMF 이사들은 IMF의 경제학자들의 완강한 태도를 핑계로 댔다고 술회했다. 이 과정에서 세계은행의 장 세베리노 동아시아담당 부총재가 불황심화의 부작용을 지적하자 로렌스 서머스 당시 미 재무장관이 노발대발하며 세베리노를 힐난한 적도 있었다는 것.

스티글리츠 교수는 비판의 초점을 IMF 경제학자들에게 맞춰 “이들은 자신들이 책임지고 있는 해당국가의 초호화 호텔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국가 자체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게 없다”면서 경제처방도 다른 국가에 내린 것을 그대로 복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특정 국가에 대한 보고서를 그대로 복사해 다른 국가에 대한 보고서에 삽입하려다 미처 국가이름을 바꾸는 것을 잊어버려 버젓이 다른 나라 이름이 나오는 사례까지 있다고 그는 개탄했다.

스티글리츠는 IMF 경제학자들이 스스로 최고수준이라고 자부하고 있지만 옥스퍼드MIT 예일 프린스턴대에서 강의한 자신의 강단경력을 들며 “미안하지만 이들이 일류대학의 간판은 갖고 있어도 삼류급 학생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처럼 낮은 수준의, 비민주적 기관인 IMF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항의시위를 벌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말로 기고문의 끝을 맺었다.

<홍은택기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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