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 세인트 사비나 성당 플레저 신부(50)는 도심 뒷골목에서 창백한 얼굴로 몸을 파는 매춘 여성들을 찾아다닌다. 자식을 6명이나 둔 케이시 엘리스(40)란 여성도 그 중 하나였다.
플레저 신부는 50달러(약 5만5000원)의 화대를 주고 엘리스의 방에 함께 들어가 탈출 방법과 경로를 알려준 뒤 약간의 돈을 쥐어주었다. 엘리스의 손을 잡고 기도하면서 매춘굴에서 빠져 나오면 마약을 끊게 도와주고 직업 훈련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12일 일간지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플레저 신부와 3명의 사비나 성당 신도들로 구성된 ‘특공대’가 지금까지 구해낸 매춘부는 수십명이 넘는다.
13세 소녀에서 60대 할머니까지 포함된 이들 탈출자들은 지금은 마약을 끊고 정신재활 프로그램에 참석하고 있다. 일부는 미용일을 배워 직장도 찾아볼 계획.
플레저 신부는 신도들의 특별 헌금 2000달러로 이 일을 시작했다. 소식을 들은 증권사 직원, 80세 노인에 이르기까지 수백달러에서 수천달러의 외부 헌금이 들어왔다. 플레저 신부는 최근 미사 때 “교회는 교리 탐구에만 얽매일 것이 아니라 소외된 이들이 사회에 적응해 살아가도록 도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플레저신부를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지나치게 사회참여적이라는 것. 그러나 시카고 교구의 조지 추기경과 페리 주교 등은 “플레저신부가 순수한 동기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거들고 있다. 시카고 경찰도 플레저 신부를 높이 평가하고 열심히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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