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악관은 17일 성명을 통해 “빌 클린턴 대통령이 6월4, 5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새로운 민주제도 아래 시민사회와 시장경제를 구축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계획”이라고 발표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클린턴은 5월30일부터 6월6일까지 포르투갈 독일 러시아 우크라이나를 순방한다.
또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는 대통령 당선 후 처음으로 영국을 방문한 푸틴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합동 기자회견에서 “양국이 연례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 영의 이같은 호의는 푸틴이 당초 서방진영의 우려와는 달리 러시아 하원의 2단계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Ⅱ) 비준을 이끌어내는 등 현실적인 면모를 드러낸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클린턴은 포르투갈에서 열릴 유럽연합(EU) 정상회담과 독일에서 열릴 ‘제3의 길 ’정상회의(6월2∼3일)에 참석한 뒤 모스크바를 방문하고 싶다는 입장을 몇 차례에 걸쳐 크렘린궁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블레어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푸틴 당선자는 서방측이 함께 일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면서 “그의 당선은 EU와 서방국가 전체를 위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치켜세웠다. 영국 언론도 푸틴의 방문을 84년 구소련의 대유럽 창구를 열어준 것으로 평가받는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방문에 버금가는 ‘사건’으로 평가하는 등 호의적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푸틴도 이날 영국 재계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는 정치적 불안을 극복하고 지난해 3%의 경제성장을 이룩했다”며 “앞으로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기업 조세제도를 개혁할 것”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푸틴은 이슬람 인권단체들의 체첸전과 관련한 비난 시위에는 “러시아는 체첸의 테러분자들과 투쟁하고 있는 것이며 이슬람교도나 체첸을 대상으로 싸우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