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덕천서 6·25때 주민 학살"…한국 軍警이 수백명 처형

  • 입력 2000년 4월 21일 20시 09분


AP통신이 6·25전쟁 당시 경북 칠곡군 지천면 영오1리 덕천마을 주민 수백명을 처형했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 이 마을 주민들은 당시의 상황을 회고하며 보도내용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배춘달씨(79)는 “정확한 날짜는 기억할 수 없으나 전쟁이 한창이던 8월경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신동재 계곡에서 총소리가 난 다음날 경찰관들이 마을에 와 주민들에게 시체 수십구를 파묻도록 지시한 뒤 서둘러 현장을 떠났다”고 증언했다.

또 배주현씨(75)는 “6·25전쟁이 터진 직후인 50년 8월 중순 마을 부근의 계곡에서 당시 좌익계열로 분류된 수십명이 집단처형됐다는 얘기가 전해내려 오고 있다”고 말했다.

신갑석씨(66)는 “전쟁 당시 신동재 꼭대기 부근과 현재 중앙고속도로 칠곡진입로 부근에 ‘사형장’으로 불리던 집단 처형장이 있었으며 이곳에서 수시로 총성과 비명이 들렸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좌익 정치범의 처형이 6·25전쟁 발발 이전에도 있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경북도의회 양민학살진상조사위원회 관계자는 “6·25전쟁 초기에 한국군과 경찰이 계곡과 폐광산 등에서 좌익 정치범들을 무더기로 처형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당시 목격자의 유족들을 상대로 사실 여부를 확인중”이라고 말했다.

계명대 김우진교수(사학과)는 “6·25전쟁 발발 직후 양민 학살은 전국적으로 자행됐으나 경상도와 전라도 두 지역에서 특히 심했다”면서 “이번 보도를 계기로 역사적 검증과 진실규명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칠곡〓정용균기자>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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