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리펑 訪北 의미]北-中 관계개선 새바람

  • 입력 2000년 4월 21일 20시 09분


중국의 리펑(李鵬)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의 북한 방문은 북-중 관계개선은 물론 남북정상회담과도 눈에 보이지 않는 함수관계를 지닌 리 위원장의 방북은 북한의 최고지도자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또 6월의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한국정부가 추진 중인 내년 봄 김위원장의 서울 답방 가능성을 높이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방북배경〓1990년대 초까지 북-중 정상 간 상호방문 관례에 따르면 중국 지도자는 봄, 북한지도자는 가을에 각기 상대편을 방문해왔다. 이 때문에 지난해 6월 김영남(金永南) 북한최고인민대표회의 상임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중국측의 답방도 올 상반기에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그동안 유력했다.

그러나 베이징 외교소식통들은 중국이 북한측에 제공할 ‘선물’ 규모를 결정하기가 어려워 방북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고 본다. 북한이 중국에 매년 4억달러 이상의 경제지원을 요구했다는 얘기도 베이징에서 나돌고 있다.

6월로 김영남위원장의 방중이 만 1년이 된다는 점도 중국이 방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배경으로 지적된다. 90년대 초반까지 매년 양측 정상이 서로 오간 관례에 비춰볼 때 김위원장 방중 이후 1년이 지나도록 중국 고위급 인사가 평양을 찾지 않는다면 양국 간 상호교류 전통이 회복됐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과의 관계〓리 위원장의 평양 방문은 남북정상회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부는 평양 정상회담에 이어 2차로 열릴 서울 남북 정상회담의 시점을 내년 봄으로 잡고 있다. 정부가 2차 정상회담까지 1년 정도의 공백을 둔 것은 94년 김일성(金日成)주석 사망 후, 지금까지 한번도 대외 활동에 나선 적이 없는 김정일위원장이 외국 순방 등 대외활동에 나서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나름의 시각 때문.

정부 당국자들은 “김정일위원장이 올 가을 쯤 중국을 방문해 순방외교에 적응한다면 서울에서의 2차 정상회담 참석도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김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성사되려면 북-중 외교 관례상 중국의 최고지도자급 인사의 방북이 필요했고 이 때문에 정부 당국자들은 리 위원장의 방북 성사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또 다른 긍정적 전망의 근거는 남북정상회담을 지지해온 중국과 북한 최고지도자들 간의 만남이 어떤 식으로든 남북정상회담에 순기능을 할 것이라는 점. 한 외교소식통은 “리 위원장의 방북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북한 지도자들의 불안감을 덜어주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이종환·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