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남한과의 당국자 접촉을 거부한 채 북-미, 북-일 관계정상화에 주력했던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에 응했다는 사실은 북한의 대외정책 골간이 변경됐음을 의미한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수차례에 걸친 북-미 회담을 통해 당장 미국으로부터 경제적 성과를 얻어내는 게 쉽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경제재건을 위한 에너지 문제 해결에 절박하게 매달리고 있다. 지난달 뉴욕 북-미 회담에서 북한의 김계관(金桂寬)외무성부상이 찰스 카트먼 미국대표에게 “우리에게 전력을 제공하도록 미국이 한국에 압력을 행사해달라”고 요구한 것도 북한의 에너지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이 끝나더라도 미국이 대선국면에 돌입해 있기 때문에 북-미 고위급회담이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 때문에 북한은 단기적으로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한의 경제적 지원을 얻어내면서 중장기적으로는 미국과의 관계정상화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북-일 관계정상화협상은 일본이 북한에 당장 실질적 도움을 제공할 수 있고 남북정상회담과 북-일 수교협상을 병행하는 데도 별 부담이 없어 예정된 절차를 밟으리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