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는 ‘가라오케 왕국’ 일본의 명성과는 달리 가라오케 장비를 볼 수 없다. 대신 종업원들이 신청곡을 받아 피아노 베이스 등을 직접 연주하고 노래도 거들어 준다.
10평쯤 되는 홀에서 어떤 이는 마이크 앞에서, 어떤 이는 앉은 채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노래를 부른다. 손님끼리는 대부분 모르는 사이다. 인기곡은 러시아 민요에서 유럽 가곡, 일본 동요, 한국의 운동권 가요 등 다양하다. 손님들은 어울려 노래하다보면 금세 오랜 친구처럼 다정해진다.
이 업소의 사연은 아주 특별하다. 45년전 한 경영자가 유럽풍 카페를 흉내내 만든 것이 ‘우타고에’라는 형태로 전국 대학가에서 크게 유행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대부분 경영난으로 문을 닫고 1962년 종업원들이 인수한 도모시비만이 아직까지 영업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손님은 물론 종업원까지 유별나다. 종업원들의 전직은 대학교수 목수 트럭운전사 등. 모두 노래에 ‘반쯤 미쳐’ 본업을 버렸다. 월급은 9만엔(약 94만원)의 초저임. 도쿄대 법학부 출신인 데라타니 히로시(寺谷宏·42)는 20년전 변호사 시험 준비중 들른 것이 인연이 돼 12년째 가수 겸 사회자 겸 요리사로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이 업소의 최연소 손님은 6세짜리 초등학생, 최고령은 88세 할머니다. 평일 밤에는 40∼50대 중노년층이 대부분이지만 토요일에는 대학생들이, 낮에는 초중학생들이 찾는다. 40년 단골손님인 한 80세 할아버지는 “가라오케에선 결코 느낄 수 없는 연대감과 활력이 넘쳐 인생이 즐겁다”고 말한다.
도모시비 같은 간이술집이 요즘 일본 곳곳에서 다시 문을 열고 있어 화제다. 데라타니는 “가라오케에서는 노래를 부르는 것도, 노래를 듣는 것도 ‘의무’여서 고독감만 더해 준다. 음악은 혼자보다는 함께 즐길 때 더욱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가라오케의 열풍이 인간을 고독하게 만들었다는 자못 철학적인 반성이 일본인들을 생음악 반주에 맞춰 함께 노래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