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빈은 가족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스스로 대변인직을 떠났다. 그는 미 CNN방송의 종군기자로 유명한 부인 크리스티안 아만포(43), 지난달 태어난 아들 다리우스 존과 함께 당분간 영국 런던에서 살 계획이다.
아만포는 이날 남편의 ‘화려한 퇴장’을 축하하느라 평소와는 달리 시끌벅적하게 진행된 브리핑에 모처럼 참석해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루빈씨, 당신은 아내 및 아들과 함께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는 ‘남자 엄마(Mr.Mom)’가 되기 위해 이직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루에 기저귀를 한번씩 갈아주기로 한 당신의 약속에 회의적인 아들을 어떻게 설득할 생각인가요?”
기습적인 아내의 질문에 놀란 루빈은 “필수적이고 적절한 조치는 무엇이든 취하겠다”고 외교적으로 답변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조 록하트 백악관 대변인은 루빈에게 빌 클린턴 대통령의 선물이라며 비닐 봉지에 담긴 당근을 선물했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루빈은 1997년 미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이라크에 대한 식량과 의약품을 제공하기로 공식 발표하기 전 기자들에게 이라크에 ‘당근’ 제공을 검토 중이라고 흘렸다가 클린턴 대통령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은 적이 있다.
루빈은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군축 전문위원으로 일하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유엔 대사 시절 발탁돼 공보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국무부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긴 루빈은 올브라이트 장관이 가장 신뢰하는 측근으로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루빈은 평소 미국의 국익을 지나치게 강조, 오만한 인상을 풍기기도 했으나 중요 외교정책에 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으로 명대변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국무부의 새 대변인은 리처드 바우처 전 키프로스 주재 대사로 정해졌다. 바우처는 제임스 베이커, 로런스 이글버거, 워런 크리스토퍼 전 국무장관 밑에서 대변인을 역임했으며 1997년 7월부터 국무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조정관으로 일해왔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