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모국어 중시론' 대두…"외국어 조기교육 부작용"

  • 입력 2000년 5월 2일 19시 19분


일본 정부내 자문기관이 각각 영어 조기 교육론과 모국어 교육 강화론이란 상반된 견해를 내놓아 일본 내에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문부상 자문기관인 국어심의회는 1일 “모국어 능력의 기초를 든든히 다지기 위해서는 적어도 10세까지는 일본어 학습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최근 세를 확장해온 영어 조기교육론과 영어 제2 공용어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다.

심의회는 “추상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능력과 외국어 능력을 습득하려면 모국어를 구사하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지나치게 조기 외국어 학습을 강조하면 결국 모국어 습득조차 지장을 받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일본에서는 유치원이나 학원 등에서 영어 교육 붐이 일고 있다. 또 2002학년도부터 도입되는 새 교육과정에는 ‘종합학습시간’을 마련, 초등학교에서도 이 시간을 활용해 영어를 가르칠 수 있게 했다. 이는 한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교장 재량 시간’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에 앞서 1월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전 총리의 자문기관이었던 ‘21세기 일본의 구상’은 영어를 제2공용어로 지정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제출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문부성 자문기관의 이번 보고서는 그같은 주장을 명백하게 비판한 것이다. 즉 모국어 능력이 없이는 외국어 능력을 기르기 힘들며 모국어 능력의 기초는 10세 전후에 완성되므로 적어도 그 때까지는 모국어인 일본어 교육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보고서 내용에 대해 그동안 조기영어교육론을 주장해 왔던 학자들이 곧 반론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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