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17세소년 버스납치 女승객 흉기살해

  • 입력 2000년 5월 4일 01시 13분


3일 일본은 하루종일 고속버스 납치사건에 마음을 졸였다. NHK 방송은 이날 오후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취재 헬기를 동원해 버스의 움직임을 생중계했다. 치안을 자랑하던 일본에서 이처럼 장시간의 인질납치사건이 일어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납치된 버스는 니시테쓰(西鐵)소속으로 이날 낮 12시56분 사가(佐賀)현 사가시를 출발해 오후 2시16분경 후쿠오카(福岡) 텐진(天神)시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출발 30분후 버스에 타고 있던 칼을 든 17세 소년에 의해 납치돼 11시간이 가까운 4일 자정 현재 인질극이 계속되고 있다. 버스에는 승객 15명정도가 타고 있었으며 주로 여성들이었다. 버스 납치사실은 화장실에 가겠다고 내린 뒤 도망친 여성승객이 오후 3시경 경찰에 신고해 알려졌다. 버스가 달리던 도중 일부 승객은 버스에서 뛰어내렸고 일부는 범인이 풀어주었다. 납치된 버스는 오후 5시50분경 순찰차로 추적한 경찰의 유도에 의해 히가시히로시마(東廣島)의 고속도로변 주차장에 멈춰섰다.

범인은 이곳에서 또 여자승객 3명을 풀어주었다. 이중 60대의 여자승객 1명은 칼에 찔려 숨졌다. 경찰은 범인이 사가현에 살고 있는 17세의 소년으로 확인하고 소년의 부모를 불러 설득에 나섰다. 범인은 경찰 등의 자수설득을 뿌리치고 오후 9시35분경 다시 버스를 출발시켰다가 20분 뒤 고속도로변에 멈춰섰다. 범인은 운전석 뒤에 앉아 다섯살짜리 여자어린이에게 칼을 들이대고 휴대전화를 통해 경찰에 “권총과 방탄조끼를 준비하라”고 요구했다.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을 앞두고 유럽순방에 나섰던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는 독일 베를린에서 사건 보고를 받고 희생자에 대한 유감을 나타내고 조속히 사건을 해결할 것을 지시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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