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흰색 깃발을 흔들며 정체 모를 반군단체를 향해 "우리 친구 다고베르타를 놓아 주세요"라고 외쳤다.
올해 9세된 소년 다고베르타 오스피나는 지난달 25일 칼리 외곽에서 하교길에 무장 괴한들에게 납치됐다.
괴한 3명은 스쿨버스를 강제로 세운 뒤 어린이들의 가방을 일일이 뒤지다 '오스피나'란 이름이 나오자 울부짖는 다고베르타를 다짜고짜 납치했다.
오래된 내전으로 찌들어가는 콜롬비아에서 다고베르타는 올 3월부터 '평화의 상징'이 됐다.
콜롬비아의 반군과 마약 밀매상들은 작년 한해 동안에만도 무고한 시민 2945명을 돈 때문에 납치했고 그 가운데 7%가 어린이다.
3월1일에는 칼리에서 10대 청소년 3명이 민족해방군(NLA)에게 납치됐다.
다고베르타는 어린이 평화단체인 '평화의 건축가' 회원으로서 어린이 납치에 항의하는 뜻에서 사슬에 묶여 있는 한 소년을 그렸다. 이 그림은 포스터가 되어 거리 곳곳에 나붙었다.
다고베르타는 4월에는 TV에도 나와 "내전으로 우리 어린이들이 멍들고 있으니까 제발 싸움을 그만 하라"고 호소했다.
다고베르타가 납치되자 콜롬비아에서는 전국민적인 구명운동이 벌어졌다.
칼리에서는 4일 다고베르타 석방을 촉구하며 각급 학교가 휴교에 들어갔고 학생들은 대규모 석방촉구 시위를 벌였다.
가톨릭교회와 비정부기구(NGO)들도 다고베르타 납치 규탄 시위를 벌일 예정.
콜롬비아 경찰은 대대적인 납치범 소탕작전에 나서 지난달 29일 납치전문가 1명을 사살했다. 그러나 경찰은 아직 다고베르타를 납치해간 반군단체가 어디인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납치범들은 부모에게 요구조건을 전하지도 않았다.
노벨 평화상 후보로 두 번이나 올랐던 콜롬비아의 어린이 단체 '평화를 위한 어린이 운동'은 "우리는 힘겹게 자라고 있으니까 어른들은 더 이상 어린이들을 희생시키지 말라"고 요구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