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버그' 강타]각국 피해 사례/하루만에 지구 융단폭격

  • 입력 2000년 5월 5일 20시 03분


4일 오전 홍콩에서 처음 발견된 ‘러브 버그’는 세계표준시간대를 따라 순차적으로 세계의 인터넷망을 교란했다. 러브 버그는 인도 유럽 미국을 차례로 거쳐 5일 오전에는 지구를 한바퀴 돌아 뉴질랜드와 대만에 도착했다.

▼美 국무부-국방부도 감염▼

○…가장 큰 피해를 본 국가는 미국. 미 연방 바이러스퇴치사무국은 4일 밤 국무부의 주요 컴퓨터가 러브 버그에 감염된 사실을 발견했다. 사무국은 1시간만에 바이러스를 퇴치했으나 이미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다.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의 비서실 컴퓨터도 감염됐다.

많은 컴퓨터 사용자들은 “내가 당신에게 연애편지를 보내니 읽고 빨리 답장 주세요”라는 ‘달콤한’ 메일 때문에 서둘러 메일을 열어보다 피해를 보았다.

AT&T와 메릴린치 증권회사 등 주요 기업의 컴퓨터시스템의 40∼60%가 러브 버그의 융탄 폭격으로 마비되자 컴퓨터 담당자들이 한꺼번에 바이러스퇴치회사에 백신을 주문하는 바람에 이 회사들의 주식이 크게 올랐다.

▼힐러리 지지자들 낭패▼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여사의 선거캠프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도 러브버그에 감염돼 일부 유권자와 기자들이 낭패를 겪었다. 상원의원에 도전한 힐러리의 선거캠프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한 대가 버그에 감염돼 유권자와 기자들에게 감염된 E메일을 보내자 이들은 “힐러리가 내게 러브레터를 보내다니…”라며 메일을 열었다가 피해를 보았다는 것.

○…아시아에서는 주로 홍콩과 대만 일본 뉴질랜드에서 피해가 발생. 일본 노무라(野村)증권 홍콩사무실과 런던사무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지 등의 컴퓨터가 큰 피해를 보았다. 유럽에서는 주로 의회와 정부부서에서 피해가 발생했다.특히 영국에선 하원 통신 시스템이 일시 폐쇄됐고 기업체의 E메일 시스템 가운데 30% 정도가 마비된 것으로 집계됐다.

<백경학기자> 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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