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대통령 취임]러시아 영화 되찾을까

  • 입력 2000년 5월 8일 00시 05분


블라디미르 푸틴(47)이 7일 러시아 대통령에 공식 취임해 4년 임기를 시작했다.

푸틴은 이날 취임사에서 대외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국민에게 “힘을 모아 러시아를 자유롭고 부강하고 문명화된, 그래서 세계가 존경할 만한 나라로 만들자”고 호소했다.

이날 정오 모스크바 크렘린 안의 대회궁전(大會宮殿)에서 열린 취임식에는 보리스 옐친 전대통령과 상하 양원의장, 헌법재판소장, 러시아정교회 총주교 등 1500여명의 내빈이 참석했다. 외국지도자들은 초청되지 않았다.

이날 각료 전원과 크렘린 고위관리들은 푸틴이 부담 없이 조각작업을 할 수 있도록 일괄사표를 냈다.

푸틴이 권한대행 및 당선자 자격으로 일했던 지난 4개월 동안 러시아는 외교와 내정에서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푸틴은 신안보개념과 신외교개념 등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러시아의 실추된 초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달 7년여 동안 끌어온 제2단계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Ⅱ)의 비준을 이끌어낸 것은 대표적 사례. 푸틴은 특히 이를 통해 의회 장악력을 과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푸틴은 대선 후 영국을 방문하고 모리 요시로(森喜朗)일본총리를 초청하는 등 의욕적인 정상외교를 펼쳤으며 우크라이나 벨로루시를 방문해 독립국가연합(CIS) 내부단속에도 힘썼다.

특히 한반도 문제와 관련, 2월초 러시아 외무장관으로는 10년 만에 이고리 이바노프 외무장관을 북한에 보내 남북한 등거리 외교정책을 가동함으로써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기도 했다.

5일 러시아의 대표적 여론조사기관인 ‘여론재단’ 조사에 따르면 70%의 국민이 푸틴의 직무수행에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푸틴이 ‘잘못하고 있다’는 답은 4%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푸틴이 선거 전처럼 여전히 개인적 인기에만 의존할 뿐 실제로 한 것이 없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한 정치 평론가는 “푸틴은 선거 전에는 전투기에 올라 체첸을 방문했고 선거 후에는 핵잠수함에서 잔 것이 전부”라고 혹평했다.

가장 큰 과제인 러시아의 경제 재건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푸틴의 경제정책인 ‘푸티노믹스’도 아직 발표되지 않았고 서방과의 관계에 걸림돌이 되는 체첸사태도 해결되지 않았다.

러시아 전문가인 영국 에섹스대 김병연(金炳椽)교수는 “푸틴은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정치 및 사회 결속에 일단 성공했고 대외적인 자신감으로도 나타났지만 경제문제는 재벌과 지하경제 등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곧바로 해결될 것 같지 않다”고 평가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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