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취임이후 주요국 對러 외교전망]美-日-中

  • 입력 2000년 5월 8일 19시 47분


7일 블라디미르 푸틴이 러시아의 대통령으로 취임함에 따라 그가 어떤 외교정책을 펼친 것인지에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강대국들은 푸틴이 어떤 노선을 취할 것인지 예의 주시하면서 러시아와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은 푸틴 등장을 양국의 정치 군사관계를 더욱 긴밀히 하는 기회로 활용할 생각이어서 자칫하면 미국 일본 등 서방에 중러 양국이 맞서는 대결구도가 심화될 우려도 있다.

▼美 NMD구축-체첸戰 해결 차질 우려▼

미국은 푸틴 대통령의 취임을 환영하면서도 장래 양국 관계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7일 푸틴 대통령에게 보낸 축하 메시지에서 다음달초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릴 예정인 양국 정상회담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담에서는 최근 양국간에 현안이 되고 있는 미사일 감축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은 북한 이란 등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국가 미사일 방어망(NMD) 구축을 추진 중이나 러시아는 이것이 1972년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한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약에 위배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은 또 체첸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면서 대중적 인기를 확보한 푸틴이 대통령에 취임함에 따라 체첸 사태 해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언론은 특히 산유국인 러시아의 경제가 국제유가 인상에 힘입어 다소 회복되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푸틴이 제시할 경제정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日 경제지원 앞세워 영향력 강화 모색▼

일본은 러시아와 반드시 풀어야 할 현안을 안고 있다. 북방 영토문제 해결과 평화협정 체결이 그것. 보리스 옐친 전대통령과 협의하던 이 문제에 푸틴 신임 대통령이 어떻게 응할 지에 관심이 높다.

하카마다 시게키(袴田茂樹) 아오야마(靑山)학원대 교수는 8일 “푸틴 대통령은 아직 명확한 대일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며 “북방영토문제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외무부에 끌려다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비교적 평화협정 체결에 전향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푸틴이 외교문제보다는 당분간 국내문제, 그 중에서도 경제회복에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일본의 입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러시아로서는 일본의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에 경제력을 앞세워 러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일본의 전략이다.일본은 러시아를 큰 위협으로 느끼지는 않고 있지만 러시아의 국내정세 안정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그러면서도 러시아가 중국과 손잡고 미국의 독주를 막는 데 주력하거나 경제회복을 통해 ‘강한 러시아’로 변모할 경우에 대한 경계는 늦추지 않고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中 군사협력 확대 美견제 공조 움직임▼

중국 장쩌민(江澤民)주석은 7일 푸틴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내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앞으로 심화되고 충실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패권주의를 방지하고 세계 다극화 및 공정하고 합리적인 국제신질서 수립을 위해 양국은 공동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을 ‘가상의 적’으로 한 중러 양국의 협력관계를 강화하자는 다짐이다.

민족문제 등 지역안정에서도 양국의 이해관계는 일치한다.

지난해 코소보사태 때 양국은 한 목소리로 서방측을 비난했다. 러시아의 체첸 침공에 대해 중국은 내정문제라며 러시아의 편을 들었다.

양국의 군사협력도 공고해질 전망이다. 중국은 코소보사태를 계기로 군장비 현대화 및 과학기술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러시아의 도움이 절실하다.러시아는 경제회복을 위해 중국과의 경제협력 강화를 바라고 있으나 중국은 미온적이다. 이에 따라 이달 하순 타지키스탄에서 열리는 ‘상하이(上海)조약’ 5개국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장주석에게 러시아의 경제재건을 위한 도움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 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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