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조작 폭로' 재일동포2세 14년만의 모국방문

  • 입력 2000년 5월 9일 18시 58분


한 재일동포 2세의 간절한 모국방문 희망이 이뤄지게 됐다.

오사카(大阪)에서 살고 있는 김병진(金丙鎭·45·오른쪽)씨. 김씨는 모국유학 중이던 1983년 연세대 대학원 국문과에서 공부하다 알지도 못하는 간첩혐의로 국군보안사령부(현 기무사)에 연행됐다. 그는 2년간 보안사 수사관으로 강제 근무할 수밖에 없었고 86년 부인과 함께 가까스로 일본으로 도망했다. 는 88년 재일동포 유학생들이 보안사에서 간첩으로 조작되는 과정 등을 폭로한 책 ‘보안사’를 썼다. 이 책이 문제가 돼 그는 한국에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혐의로 기소중지됐다. 모국에는 오고 싶어도 못오게 된 것.

김씨는 96년 김영삼(金泳三)당시 대통령에게, 97년 12월에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 앞으로 여권발급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보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달 말에야 오사카 한국총영사관에서 여권발급 결정이 나왔다. 김씨가 일본 내 한 민간교육기관에서 한글을 가르치며 한국의 전통문화를 열심히 소개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

그의 안타까운 사연을 아는 동료 및 일본인들은 “한일간의 가교역할을 잘하고 있는 김씨가 자유롭게 한국에 갈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으로 1500여명의 서명을 받아 김대중대통령에게 보냈다.

김씨는 “내가 받은 고통이 개인문제 만은 아니기 때문에 떳떳하게 모국에 가고 싶었다”며 기뻐했다. 그는 이달 하순 한국에 온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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