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大阪)에서 살고 있는 김병진(金丙鎭·45·오른쪽)씨. 김씨는 모국유학 중이던 1983년 연세대 대학원 국문과에서 공부하다 알지도 못하는 간첩혐의로 국군보안사령부(현 기무사)에 연행됐다. 그는 2년간 보안사 수사관으로 강제 근무할 수밖에 없었고 86년 부인과 함께 가까스로 일본으로 도망했다. 는 88년 재일동포 유학생들이 보안사에서 간첩으로 조작되는 과정 등을 폭로한 책 ‘보안사’를 썼다. 이 책이 문제가 돼 그는 한국에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혐의로 기소중지됐다. 모국에는 오고 싶어도 못오게 된 것.
김씨는 96년 김영삼(金泳三)당시 대통령에게, 97년 12월에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 앞으로 여권발급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보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달 말에야 오사카 한국총영사관에서 여권발급 결정이 나왔다. 김씨가 일본 내 한 민간교육기관에서 한글을 가르치며 한국의 전통문화를 열심히 소개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
그의 안타까운 사연을 아는 동료 및 일본인들은 “한일간의 가교역할을 잘하고 있는 김씨가 자유롭게 한국에 갈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으로 1500여명의 서명을 받아 김대중대통령에게 보냈다.
김씨는 “내가 받은 고통이 개인문제 만은 아니기 때문에 떳떳하게 모국에 가고 싶었다”며 기뻐했다. 그는 이달 하순 한국에 온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