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서부 뉴멕시코주 로스앨러모스 지역의 산불로 세계 최초의 원자탄 개발 프로그램인 ‘맨해튼 프로젝트’ 관련 시설이 불에 탔다고 미국 국립핵연구소가 14일 밝혔다.
미 국립핵연구소는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투하한 ‘리틀 보이’ 등 원자탄 2기를 제작한 V지구 목조건물 3동 가운데 2동이 산불로 소실됐다”고 확인했다. 연구소측은 “그러나 국립핵연구소 내의 플루토늄 등 방사성 물질과 과학실험 장비 등은 지하 콘크리트 벙커로 미리 옮겨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4일 발생한 산불은 현재 통제불능 상태로 확대되고 있으며 가뭄과 강풍의 영향으로 앞으로 수주일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미 국립공원관리소가 15일 전망했다.
이번 산불로 지금까지 170㎢의 삼림이 탔으며 로스앨러모스와 화이트록 지역의 가옥 400여채도 피해를 보았다. 15일까지 발생한 피해만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 연방정부는 13일 뉴멕시코주의 12개 카운티를 재해지역으로 선포했다.
미 국립공원관리소측은 1400여명의 소방관이 화재 진압에 동원됐으나 불길을 막아내기에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날씨마저 최악의 상황이다.최고 시속 90㎞에 이르는 강풍이 불고 있어 불길이 여기저기로 확산되고 있으며 헬리콥터와 항공기를 이용한 진화 작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
게리 존슨 뉴멕시코 주지사는 15일 “주 전체를 메마르게 한 심각한 가뭄이 불길을 재촉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일어난 산불은 거대한 참화의 시작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산불은 미 국립공원관리소 인부들이 4일 쓸모 없는 관목들을 제거하려고 피운 불길이 번지면서 일어났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러 "극동 침엽수림 잿더미"▼
러시아의 극동 하바로프스크 주변 침엽수림 220㎢가 이달 초부터 계속된 산불에 휩싸여 있으며 중국 접경 아무르 지역에서도 180㎢의 삼림이 불타는 등 최악의 사태에 놓여 있다고 러시아 지방관리들이 13일 밝혔다.
러시아 비상대책부는 두 지역에 소방관 등 화재 진압요원 4400여명과 630여대의 특수 차량, 항공기와 헬리콥터를 동원해 지상과 공중에서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12일 내린 비로 아무르 지역 몇몇 군데의 산불은 진화됐으나 다른 지역에서는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번지고 있어 이달 말까지 진압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비상대책부 관리들은 말했다.
불길이 번지고 있는 지역은 천연 삼림 및 관목 지역으로 인명 피해는 없으나 목재 피해는 추산이 힘들 정도라고 하바로프스크 주정부 관리들은 밝혔다.
<모스크바UPI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