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인상 단행…국내 증시에 당장은 '호재' 작용

  • 입력 2000년 5월 16일 19시 11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6일(미국시간) 금리인상을 단행함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가 주목된다.

증시전문가들은 이번 금리인상이 단기적으로는 호재 또는 중립적인 재료로, 중장기적으로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증시에 대한 영향〓단기적으로는 금리인상 폭이 시장의 예상에 부합해 금리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사라지는 효과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장기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낙관론자들은 FRB가 8월까지 통화정책 기조를 중립으로 잡고 관망자세를 취할 것으로 관측한다. 이에 따라 미국증시는 양호한 기업실적에 힘입어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

반면 금리가 잇달아 과도하게 인상돼 세계경제가 악순환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모건스탠리딘위터의 간판 애널리스트인 스티븐 로치는 “8월까지 금리가 잇달아 인상돼 미국 경제성장률이 2%포인트 떨어지고 세계경제성장률은 0.7%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인상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FRB가 조급한 나머지 금리를 과도하게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그 근거.

이밖의 다수는 두고보자는 의견. FRB가 6월 28일과 8월 22일에 추가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으나 FRB도 미국 경제의 실상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때그때 발표되는 경제지표를 봐야만 금리인상 여부나 인상폭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국내증시에 미치는 영향〓하루 이틀간은 ‘악재가 해소됐다’는 분위기 속에서 주가가 상승세를 탈 수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두고두고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대우증권 이종우 연구위원은 “국내증시는 미국 증시조정→달러화 약세→미국에서 자본유출→미국경제 신뢰도 약화 및 수입수요 감소→국내기업의 수출 감소→국내주가 하락 등에 따른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투자증권 임송학차장은 “미국 금리인상으로 유로자금이 미국증시에 유입돼 증시활황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으나 최근 자금동향으로 미뤄볼 때 유로자금은 미 증시보다는 채권시장에 투자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로선 미 증시가 7,8월까지 조정을 겪을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국내기업의 대미수출은 하반기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은 이같은 수출 감소와 경기하강 압력을 경기과열을 식힐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며 “정책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대신 자산매각 비용감축 등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압력은 강화될 것”고 밝혔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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