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야당관계자와 지식인들은 모리총리의 발언이 헌법상의 주권재민과 정교(政敎)분리원칙에 위배된다며 일제히 반발했다. 야당은 그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모리총리는 도쿄(東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신도(神道)정치연맹 국회의원 간담회’ 결성 30주년 축하회에서 “일본은 당연히 천황을 중심으로 한 신의 나라라는 것을 국민이 확실히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활동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 모임의 고문직을 맡고 있다.
모리총리의 이날 발언은 6월 총선을 앞두고 우익과 신사(神社)관계자들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야당인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대표는 “과거 ‘일본제국헌법’ 내용에 가까운 발상으로 현행 헌법의 국민주권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말”이라며 “아시아국가에 줄 영향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공산당의 후와 데쓰조(不破哲三)위원장도 “총리의 두뇌와 정신이 이렇게까지 전쟁 전의 ‘신국(神國)’사상에 물들어 있다니 놀랄 수밖에 없다”며 “당장 퇴진하라”고 요구했다.
물의가 빚어지자 모리총리는 “천황중심이라는 것은 일본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문화란 점을 거론한 것으로 주권재민과 어떤 모순도 없다”고 해명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정부 "모리총리 사견일뿐"▼
정부는 16일 일본은 천황을 중심으로 한 '신(神)의 나라'라는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총리의 발언에 대해 공식 논평을 하지 않은 채 "모리 총리의 개인적 견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