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의 이번 발언은 천황을 중심으로 국민을 결집시키면 ‘강한 일본’을 만들 수 있다는 평소의 국가관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각료들의 망언보다 심각하다. 내각의 최고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모리 총리의 발언은 최근 일본 정계와 사회 저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제2차 세계대전 패전이후 일본에 채워진 ‘족쇄’를 풀려는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일본은 이를 부(負)의 유산을 청산하고 ‘보통 국가’로 가는 과정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보통 국가’의 청사진은 군사 대국화를 통한 패권주의의 모습을 띠어가고 있다. 경제대국에 걸맞은 군사대국 나아가 정치대국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모리 총리의 발언 중에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것은 “어떤 신이든 간에 그 중요성을 교육현장에서 더욱 확실하게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는 정교(政敎)분리 원칙에 위배된다. 확실히 모리 총리는 ‘천황〓신’이라는 급진적인 신념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은 최근 하나 둘 결론을 맺어가고 있다. 최근 1년간 집권 자민당은 공명당 등과 손잡고 신가이드라인 법안과 국기 국가 법안 등을 제정했다. 헌법조사회 설치를 통한 헌법 개정, 일본이 무력공격을 받을 경우에 대비한 유사법제 제정, 방위청의 방위부 승격 등도 곧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전쟁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히로히토(裕仁) 천황의 유덕을 기리기 위한 ‘쇼와(昭和·히로히토 천황의 연호)의 날’도 제정했다.
이런 분위기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은 최근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모리 총리의 발언에 대해서는 야당뿐만 아니라 학자들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무라이 도시쿠니(村井敏邦) 류고쿠(龍谷)대 교수는 “전쟁 전으로 돌아가려는 위헌 성격의 발언”이라며 “총리로서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