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는 라이코스 인수와 동시에 독일 최대의 미디어그룹 베르텔스만과 제휴해 스페인 독일 미국 기업을 하나의 종합 온라인 미디어그룹으로 묶어 세계시장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
테라와 라이코스는 각각 인터넷 서비스 제공회사(ISP)와 포털사이트인 반면 베르텔스만은 출판업을 기반으로 한 전통적인 미디어 그룹. 이는 미국에서 일어난 최대 종합 미디어그룹인 타임워너와 최대 ISP회사인 아메리카온라인(AOL)의 온-오프라인 합병 모델이 세계적 추세로 확산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동시에 국적을 가리지 않고 합병하는 범지구적 통합의 모델도 새롭게 제시했다.
‘은메달은 없다’는 인터넷 시대의 철칙도 확인됐다. 미국에서 네 번째로 큰 포털사이트인 라이코스는 이 정도 규모로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해 1년 전부터 다른 회사와의 합병을 모색해왔다. 경영진이 케이블 TV회사인 USA네트워크에 회사를 팔려고 했을 때 최대 주주인 벤처캐피털 CMGI는 “‘구 경제’를 기반으로 한 회사에 인터넷 기업이 넘어가는 것은 인터넷의 얼굴에 먹칠하는 것”이라며 반대해 무산된 적도 있었다. AOL-타임워너의 합병이 몸집 불리기 시도에 불을 붙였다.
베르텔스만은 독자적으로 온라인 부문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실패하자 테라-라이코스 통합회사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전략적 제휴의 길을 선택했다.
통합 회사의 주식시가총액은 테라(170억달러)와 라이코스(55억달러)를 합쳐 220억달러. 타임워너와 AOL의 1600억달러짜리 합병규모에 비하면 인터넷 업계의 합병치고는 그렇게 덩치가 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역적으로 유럽과 중남미, 미국을 걸치는 방대한 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합병의 모델이 될 것 같다.
한편 MSNBC는 통합되는 회사의 회장은 테라의 후안 빌라로냐 회장, 최고경영자(CEO)는 라이코스의 로버트 데이비스 사장이 맡을 것이라고 16일 보도했다.
인수합병 방식은 라이코스 주식 1주를 테라 주식 1.7주와 바꾸는 주식교환방식. 주식시가를 따져볼 때 라이코스 한 주에 90%의 프리미엄을 얹어주는 셈이다. 이 때문에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의 첫 보도가 나간 15일 라이코스 주가는 14%나 급등한 반면 테라 주식은 2.39% 빠졌으며 모그룹인 텔레포니카 주식도 1.22% 하락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