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과 일부 언론 매체는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전총리가 쓰러진 뒤 모리간사장이 신임총리로 결정되기까지 과정이 석연치 않다며 해명할 것을 최근 요구해 왔다. ‘신의 국가’ 발언 후에는 비판 논조가 ‘그런 국가관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총리가 될 수 있느냐’는 자질론으로 바뀌었다. 일본에서는 야당이라 해도 여간해서는 총리 자질을 거론하지 않는데 비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예전부터 실언이 잦은 모리총리를 불신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총선을 앞둔 집권 여당에는 뼈아픈 비판이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민주당대표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이라면 몰라도 요즘 시대의 총리로는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후와 데쓰조(不破哲三)공산당위원장은 “모리총리는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모른다”며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자유당 당수도 “한마디로 총리 자질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18일 “이번 사태는 총재와 총리 선임이 밀실에서 이뤄진 결과”라고 지적했다. 모리총리가 잦은 실수를 하자 연립 파트너인 공명당에서는 “선거운동기간 중 다시 문제발언을 하는 것이 아니냐” “정말 피곤하다”는 등 냉소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다른 연립 파트너인 보수당의 한 총선 입후보 예정자는 모리총리와 함께 찍은 포스터 4000장을 지역구에 붙였으나 상황을 보아 모두 떼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6월25일 중의원 총선에서 자민당 등 연립3당의 성적이 나쁘면 모리총리에게 책임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취임 후 한달 반만에 모리총리는 때 이르게 사면초가에 몰렸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