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기서열 28억쌍 배열 규명▼
이 초안에는 유전 정보의 기초 단위인 31억 쌍의 DNA 염기서열 가운데 28억 쌍이 어떤 구조를 갖고 있는지와 23개의 인간 염색체 내에 어떻게 배열되어 있는지가 포함될 예정이다. 또 암 유전자 4만1800개를 포함해 각종 유전 질환을 일으키는 8만∼10만여개의 단위 유전자의 물리적 구조가 공개된다.
유전자 지도 초안이 마련됨에 따라 각종 암을 포함해 인류가 앓고 있는 5000여종의 유전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획기적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DNA의 90%까지 해독 ▼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인간유전자연구센터(NHGRI)는 21일 인간의 유전 요소를 결정하는 23개의 염색체 내에 존재하는 DNA의 90%를 해독하는 6월 15일경 인간의 유전자 지도 초안을 완성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센터 대용량 DNA분석 총책임자인 제인 피터슨 박사는 “인간의 유전자 지도 초안은 이미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으며 보완 작업을 거쳐 6월 중순 초안의 완성을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피터슨 박사는 또 “앞으로 남은 수억 쌍의 DNA의 염기서열 분석 작업을 계속하겠지만 유전자 지도 초안의 정보 정확도는 99.9%에 이르기 때문에 각종 유전 질환 연구에 본격 응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DNA는 아데닌 티민 구아닌 시토신 등 네 가지 염기가 조합된 2중 나선 구조를 하고 있는 유전 정보의 기본체로 염색체 내에서 위치가 뒤바뀌거나 변형될 경우 암 등 각종 유전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은 이번 DNA 염기서열 분석을 ‘한글의 자모’를 배운 것과 같다고 말한다. 책(생명의 비밀)을 해독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한글의 자모(DNA 염기서열)를 익혀야 하고 이들이 조합된 단어(단위 유전자)를 공부한 뒤 의사 전달이 가능한 문장(단백질의 기능)을 깨닫는 순서를 밟아야 하기 때문.
▼암유전자 4만여개 발견▼
향후 게놈 연구는 DNA의 기능과 상호 작용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NHGRI 피터슨 박사는 “최근 초파리와 쥐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DNA기능 연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곤충과 동물을 대상으로 값싸게 DNA의 기능을 조작해 연구하겠다는 뜻이다. NHGRI는 금년 중 3억5000만달러를 지원해 △나이와 조직에 따른 유전자의 변화 △실험쥐와 파리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조작 연구 △DNA염기서열의 변화와 질병의 상관 관계 연구에 나설 계획이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과학정책담당 리네트 그라우스 박사는 “지금까지 DNA기능 연구를 통해 4만1875개의 암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아시아人 '지도' 작성 착수▼
한편 민간기업인 셀레라제노믹스는 21일 “최근 아시아인 남녀 각각 1명에 대한 유전자 지도 작성 작업에도 착수했다”고 밝혀 인종별 특수 유전자 분석 경쟁이 본격화되었음을 시사했다.
NCI의 김성진 박사는 “인간 유전자 지도가 예방과 치료에 응용될 경우 막대한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이라며 “국내 연구는 한국인에게 많은 위암 등 특정 유전 질환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메릴랜드〓최수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