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포터]특정종교의 과격성으로 치부되는 이슬람 종교분쟁

  • 입력 2000년 5월 22일 15시 52분


종교분쟁이라 일컬어지는 '피의 보복'에 숨겨진 진실을 아는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종교분쟁이라 일컬어지는 '피의 보복'이 이어진다. 다시금 국제면에 종교분쟁 관련 기사가 등장하고 있다.

이번 사건현장은 인도네시아의 암본 지역이다. "인니 종교분쟁 사흘새 27명 사망, 60여명 부상 "이라는 제하의 기사가 연합뉴스의 자가르타 현지 취재기사를 인용보도하고 있다.

보도된 내용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과격파 이슬람교도 수천명이 기독교에 대한 성전을 준비중인 인도네시아 동북부 말루쿠에서 최근 3일간 유혈사태가 잇따라 발생해 27명이 숨지고 60여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19일 보도했다...말루쿠 주도 암본 동부 5㎞ 지점의 아후루에서 18일 오전 무장괴한들이 보건소와 교회, 민간주택에 대해 무차별 공격을 감행, 6명이 숨졌다...앞서 지난 16일 암본 시가지에서 회교도와 이슬람교도간 충돌이 발생, 2명이 숨진데 이어 17일에는 보안군과 무장괴한들이 총격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17명이 사망했다...폭력진압 과정에서 보안요원 2명도 숨졌으며 암본시 군사령관인 이르완 쿠스나디대령은 17일 턱에 총상을 입고 자카르타로 긴급후송됐다. 이번 말루쿠 유혈사태는 지난달 30일이후 처음 발생한 것으로 최근 성전을 촉구하며 현지로 대거 파견된 과격파 이슬람교도와 관련이 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를두고 특정 종교의 잔학성에 초점을 맞추곤 한다. '피의 보복'에 대한 진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처한 역사적,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해야 한다.

새해 벽두부터 이슬람 국가에서 무슬림과 기독교간의 종교 갈등으로 이집트 남부, 인도네시아, 동유럽, 아프리카에서 수십명에서 수백명이 죽고 다치는 사건·사고들이 이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기독교-모슬렘간 피의 보복" "21세기 종교 분쟁 격화 전망 - 새해 벽두 인니 이슬람, 기독교인 충돌 1천여명 사망" "인니 종교분쟁 사흘새 27명 사망, 60여명 부상 "

종교분쟁으로 명명된 이들 사건을 두고 많은 이들은 단순히 종교간의 갈등으로 바라보고 지나친다. 단지 과격한 종교인들의 집단난동 정도로 치부하곤 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세계 전쟁이 종교 전쟁으로 비롯될 것이라는 전망도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렇지만 그 진실은 다른데에 있다. 이런 편견이나 오해는 이슬람 국가들의 역사나 국민 정서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도네시아나 이집트를 비롯한 이슬람을 국교로 하는 모든 나라들은 날때부터 그들의 종교가 정해진다. 대부분의 경우 주민등록증이나 호적 사항에도 종교가 기록되어 있다. 이들 국가들이 종교로 인정하는 것은 기독교와 이슬람, 유대교. 이른바 유일신 종교만을 종교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종교란에는 이들 세 종교중 하나가 기록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무종교나 타종교는 인정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에서 기독교는 대개 2000여년 가까운 가문의 전통으로 자리잡고 있고, 이슬람의 경우는 1400여 년 가까운 가문의 종교로 자리하고 있다. 물론 19세기말과 20세기초 이른바 제3세계에서의 개신교 선교활동으로 개신교 기독교인이 된 이들도 있다. 그렇지만 이들 조차도 많은 경우 최소 100년이 넘는 가문의 종교 전통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에서는 종교 선택의 자유가 없다.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하는 것이 현행법으로 금지되거나 규제되고 있어 태어날 때부터 무슬림이면 그는 무슬림으로만 존재하여야 한다. 그렇지만 기독교인들이 이슬람으로 개종하는 것은 허용되거나 장려되기도 한다. 이슬람으로 개종한 이들의 주민등록이나 호적사항 변경도 자유롭다.

이런 배경속에서 이들의 종교는 단순히 종교가 아니다. 그것은 가문의 법도이며, 정체성의 바탕이 된다. 이들에게 있어서 종교는 가문의 전통과 가치 규범을 규정한다. 또한 종교는 개인의 종교가 아닌 가족과 문중의 종교로 자리한다. 즉, ㅇㅇ씨 가문에서 태어난 아무개는 날 때부터 이슬람 아니면 기독교인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성(姓)도 다르고, 옷차림새도 다른 경우가 많다. 현지인들은 아무개의 성만 가지고도 그가 기독교인인지 무슬림인지를 쉽게 알아챈다. 게다가 어떤 지역 출신인지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옷차림새도 다르다. 즐겨입는 옷의 색깔도 다른 경우가 많다.

여기에 더하여 아직도 이슬람 지역 대부분은 도시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이른바 유사 집성촌을 이루고 살고 있다. 그래서 어느 어느 지역은 기독교인 다수 마을, 어느 지역은 절대 이슬람 지역 등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아울러 결혼도 동일 종교 집단안에서 이루어진다. 즉 결혼이라는 매개도 종교간의 벽을 넘어서지 않고, 동일 종교 집단 구성간의 연대의 끈 정도로 기능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돈의 팔촌까지도 동일 종교인인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전세계 이슬람 지역에서 발생하는, 종교 갈등으로 비춰진 사건을 이해하는 기본틀이 될 수 있다. 사실 종교분쟁으로 일컬어지는 대부분의 갈등은 종교 갈등이 아닌 가문이나 친족 간의 갈등으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사실에 접근하는 것이다.

이슬람 국가에서 종교는 가문의 내력인 동시에 가치 규범이며 정체성을 규정하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이슬람 지역에서는 종교는 혈연과 가문을 구별해주며, 동시에 한 개인의 정체성이나 출신지역을 구분해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 지역에서의 종교분쟁을 우리식으로 표현한다면 지역감정, 문중간의 싸움 등이 뒤엉켜져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특정종교의 과격성에 비추어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김동문 <동아닷컴 인터넷기자> yahiya@hani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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