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총기연맹(NRA)은 19일부터 21일까지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시에서 열린 연례 총회에서 민주당 정부의 총기규제 움직임에 반발해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앨 고어부통령에 대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NRA의 129년 역사상 처음으로 회장직에 세번째 연임된 영화배우 출신의 찰턴 헤스턴 등 주요 간부들은 총회 기간 내내 “고어가 당선되면 민간인들의 총기를 압수하려들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현 정부의 총기규제는 수정헌법 2조에 보장된 총기보유권리를 박탈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어머니의 날인 14일 워싱턴 등 70개 지역에서 총기규제를 요구하며 열린 ‘100만 어머니 행진’도 사실은 고어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백악관이 각본을 꾸민 정치적 행사였다고 주장했다.
헤스턴회장은 20일 고어부통령을 향해 NRA의 캠페인 문구를 인용해“나는 당신이 차갑게 식은 내 시체의 손에서 총을 빼앗을 때나 총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공세를 취하기도 했다. NRA는 올 여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NRA에 우호적인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가 공식 후보지명을 받는 대로 부시에 대한 지지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NRA는 또 총회가 열린 샬럿시에서 총기보유 권리를 주장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지난해 4월 컬럼바인고교의 총기난사 사건 직후 열린 총회 때 행사기간을 사흘에서 하루로 단축하는 등 수세에 빠졌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 6개월 동안 신규회원이 20만명이나 늘고 기부금도 1000만달러(약 110억원)가걷히는 등 총기규제를 촉구하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NRA 조직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에 맞서 ‘100만 어머니 행진’ 주최측은 21일 주요 신문에 광고를 내고 고어부통령과 부시주지사에게 총기규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며 압박, 총기규제를 둘러싼 힘겨루기는 대선정국에서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美총기協 어떤 단체인가▼
전국총기협회(NRA)는 미국 남북전쟁 직후인 1871년 북군 출신 재향군인들이 사격을 장려하기 위해 결성한 단체이다.
현재는 총기제조업자 사격선수 엽사(獵師) 및 총기보유를 옹호하는 일반인 등 모두 360만∼400만명 정도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결속력과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정치권에 막강한 로비를 행사하는 대표적인 이익단체의 하나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해 회원들로부터 거둔 기부금 총액이 2500만달러(약 275억원)로 올 11월 대통령 선거에서는 1000만∼1500만달러(약 110억∼165억원) 정도를 정치자금으로 쓸 계획이라고 NRA측은 밝히고 있다.
이 단체는 최근 공화당에 100만달러를 기부한 반면 민주당에는 11만달러만 기부한데서 볼 수 있듯이 총기규제를 추진하는 민주당과는 불편한 사이다.
총기규제에 맞서기 위해 법률행동연구소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들을 상대로 사격 및 총기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각종 사격대회도 개최한다. 경찰의 사격교관 등에겐 공인 자격증도 발급한다.
최근엔 빈발하고 있는 총기사고와 관련, 눈총을 받고 있지만 지난 30년간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절반 정도가 NRA에 대해 우호적인 인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