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野대선후보 "돈 아깝다" 출마 포기

  • 입력 2000년 5월 22일 19시 41분


‘어디 대통령 하실 분 없나요.’

북유럽의 섬나라 아이슬란드에서 대권 도전자가 없어 현직 대통령이 선거를 치르지 않고 4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다시 수행하게 되는 일이 벌어졌다.

현지 언론은 21일 대통령직 도전 의사를 표명했던 아스토르 마그누손 평화2000당 당수가 대선 출마에 필요한 지지서명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이날 마감된 입후보자 등록을 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1996년 취임한 올라푸르 라그나르 그림손 아이슬란드 대통령의 임기가 2004년까지 자동 연장됐다. 다른 나라 같으면 큰 혼란이 빚어졌겠지만 아이슬란드에서는 대권 후보가 없다는 사실이 그다지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1944년 독립해 현재 인구가 27만여명에 불과한 아이슬란드에서 지금까지 현직 대통령에 맞선 도전자가 있었던 경우는 88년 비그디스 핀보가도티르 대통령이 재임하던 때 한번뿐이었다.

16년간 재임한 핀보가도티르 대통령은 96년 대통령직에서 물러났고 그림손 대통령은 같은해 6월29일 3명의 경쟁후보를 물리치고 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4000달러에 이르는 북유럽의 선진국인 아이슬란드 국민이 불과 수십만달러의 선거비용 때문에 마그누손의 출마를 원하지 않았다는 사실.

마그누손이 대통령 출마 의사를 밝힌 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당선 가능성이 낮다며 출마 포기를 종용했다. 언론들도 대통령 선거비용이 55만∼70만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하며 후보들 자신이 들여야 할 비용까지 합치면 훨씬 많은 돈이 들 것이라고 엄살을 부렸다.

마그누손은 이 때문에 출마에 필요한 지지서명을 받지 못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