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 "노골적 음란물 방영제한 못한다" 판결

  • 입력 2000년 5월 23일 23시 58분


음란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노골적인 성적 표현이 담긴 프로그램을 심야시간에만 방영하도록 규정한 연방통신법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라는 미국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AP통신은 22일 “미 대법원이 성적 표현이 담긴 프로그램을 밤 10시에서 오전 6시 사이에만 방영하도록 제한한 연방통신법 505항에 대해 음란물이라 하더라도 가능한 한 제한을 덜 가하면서 법정신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찬성 5 대 반대 4로 위헌 판결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번 판결은 플레이보이 엔터테인먼트 그룹이 1996년 연방통신법 제정을 계기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시작됐다. 그후 델라웨어 연방법원은 1998년 심리 끝에 이 법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4년간에 걸쳐 펼쳐진 연방통신법의 위헌 논란은 22일 대법원이 델라웨어 연방법원의 판결을 인정함으로써 그동안의 법리 논쟁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이번 대법원 확정 판결에 대해 전문가와 시민들은 이번 결정이 정부의 검열로부터 언론 자유를 획득한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정부가 어린이를 음란물에 방치하는 조치라고 비난하는 등 찬반 양론에 휩싸여 있다.

위헌쪽의 입장에 선 앤서니 M 기든스 대법관은 “만약 TV프로가 어린이들에게 유해하다고 해서 제약을 가한다면 부모의 역할을 정부가 대신하게 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합헌을 주장한 스테판 브레이어 대법관과 가족위원회 제닛 러루 변호사는 “TV시청을 원하는 사람은 케이블TV의 가입 등을 통해 다양한 채널 선택권을 부여받을 수 있다”며 “이번 판결은 난폭한 결정”이라고 비난하는 등 대법원의 위헌판결을 둘러싼 갈등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백경학기자> 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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