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참정권 법안, 내달초 자동폐기될듯

  • 입력 2000년 5월 24일 19시 37분


재일동포의 사회적 지위를 올려줄 것으로 기대됐던 일본의 ‘영주(永住)외국인 지방참정권 법’안이 내달 2일 중의원 해산과 함께 자동폐기될 전망이다.

23일 중의원 특별위원회에서 이 법안을 심의하기는 했으나 건성으로 끝내고 말았다.

이 법안 처리과정을 보면 일본 자민당내 보수파가 재일동포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일본에 정착하게 된 역사적 경위는 알 바 없고 외국인에게 일본의 행정에 관여할 권리는 절대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영주외국인도 지방의회 선거시 투표를 할 수 있게 하자는 법안은 98년 민주당 등이 제출했다. 같은 해 공산당이, 올 1월에는 자유당과 공명당이 공동 제출했다. 자민당은 어느 법안 제출에도 관여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자민당은 자유당 공명당과 연립정권을 출범하면서 영주외국인 지방참정권 법안을 합동 제출키로 했다. 그러나 자민당은 약속을 어겼고 법안 통과에는 협력하겠다고 한발 뺐다. 자민당 내의 보수파는 계속 반대했다. 참정권을 얻으려면 귀화하라는 견해였다.

그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전총리 등은 일본의 유력 인사와 회담할 때마다 이 법안에 관심을 보였다. 김대통령은 일본이 ‘형평의 원칙’을 제기하자 한국 내의 장기거주 외국인에게 지방참정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한국민단도 수차례 자민당 당직자에게 법안을 제정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일본 중의원은 6월25일 총선거 후 7월초 새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 법을 제정하려면 우선 새 국회가 구성된 다음 어느 당이든 법안을 다시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자민당 내 보수파의 반대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통과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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