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2國 大選 진통]페루 28일 투표강행 政情 혼미

  • 입력 2000년 5월 26일 19시 58분


<<남미의 베네수엘라와 페루에서 28일 대선 혹은 대선결선투표가 치러질 예정이었다. 같은 날 선거를 앞둔 두 나라의 야당과 선거감시단체는 그동안 투개표 과정의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하며 선거 연기를 요구해왔다. 결국 베네수엘라는 선거를 연기했으나 페루는 투표를 강행키로 하는 정반대의 결정을 내렸다. 무엇이 두 나라로 하여금 상반된 결정을 내리게 했을까.>>

▼페루, 톨레도후보 연기신청 기각에 시위격화

페루 선거위원회는 대선 결선투표일을 연기해달라는 알레한드로 톨레도 야당 후보측의 요청을 기각하고 투표를 예정대로 28일 실시키로 결정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수천여명의 시민이 선거위원회 청사에 몰려와 격렬한 항의시위를 벌이는 등 페루 정국은 극도로 어지러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장시간에 걸쳐 톨레도후보의 투표 연기신청을 토의한 끝에 페루 선거위원회는 선거연기요청을 기각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9일 실시된 대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어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과 대선 결선투표를 치르게 된 ‘페루의 가능성 당’ 톨레도후보는 이에 앞서 투표일이 연기되지 않을 경우 투표가 공정하게 치러질 것이란 보장이 없다며 후보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톨레도후보가 끝까지 선거에 불참할 경우 그대로 후지모리의 당선이 확정되는 것인지, 아니면 단독후보에 대한 투표를 해야 하는지는 헌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어느 경우든 후지모리의 3선이 확실시된다.

선거위원회가 28일 투표 강행 입장을 발표한 뒤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다. 일부 시위대는 선거위원회 청사에 몰려가 투표 연기를 요구하며 돌을 던져 사무실 창문을 깨거나 대통령 집무실 발코니에 화염병을 던져 불을 지르기도 했다.

미국 등 주변국가들도 선거위의 투표 강행 발표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어 이번 문제가 국제적인 문제로까지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페루주재 미국대사관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정부는 페루 선거위의 결정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불만의 표시로 카터센터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선거감시단을 파견하는 계획을 이날 취소했다.

한편 페루의 유력한 여론조사단체인 아포요는 후보별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후지모리 48%, 톨레도 38%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베네수엘라, 컴퓨터망 이상으로 연기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25일 투개표 집계 컴퓨터의 문제점을 이유로 대선과 총선 등 선거를 연기시켰다. 베네수엘라는 28일 임기 6년의 대통령을 비롯해 의원 도지사 시장 지방의원 등 6241명을 뽑는 복합선거를 치를 예정이었다.

이반 린콘 대법원장은 이날 “컴퓨터 오류 등 선거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보장할 만한 여건들이 조성돼 있지 않아 헌법이 보장한 투표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은 결정 이유를 밝혔다. 대법원은 의회에 선거 날짜를 다시 잡도록 하고 선거운동 중단을 지시했다.

미 CNN방송은 컴퓨터의 오류에 대한 정밀점검 및 시험가동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선거가 6월25일까지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선거감시 업무를 맡고 있는 미주기구(OAS)는 이같은 결정을 환영했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도 “대법원의 현명한 결정”이라며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992년 차베스의 쿠데타를 도왔다가 갈라선 야당 후보 프란시스코 아리아스 카르데나스 전 줄리아 주지사는 선거 연기에 반대해 항의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베스 대통령은 아리아스 후보를 15∼20% 리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차베스가 승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구태여 선거부정 시비를 일으킬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선거를 연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신 차베스는 앞으로 대선과 총선을 분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차베스는 총선에서 3분의 2 이상을 얻어 개헌선을 쉽게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의회를 해산한 차베스는 대통령 권한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앞서 야당은 선거운동 기간 중 차베스가 선관위원 대부분을 임명하는 등 이번 선거가 비민주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