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정상은 남북정상회담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일관된 대북 포용정책의 결과라는 공동 인식하에 구체적인 의제 문제까지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대북(對北) 현안에 대해 상당한 합의를 이뤘다는 느낌을 주었다.
김대통령은 회담에서 명분보다는 실질에 치중하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전략을 지켜나갔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모리 요시로(森喜朗)일본총리의 전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는 대신 북-일수교에 대한 일본입장을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에게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북한의 미사일개발, 일본인 납치의혹 등 일본이 안고 있는 대북 핵심 현안들을 남북정상회담에서 거론키로 한 대신 재일 한국인에 대한 지방참정권 부여 등 한국측 숙원사업에 대한 모리총리의 긍정적 답변을 얻어냈다.
국제무대에서의 협력문제도 마찬가지. 김대통령은 7월 일본 오키나와(沖繩)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에 대한 협력을 약속하면서 일본측에 주문도 많이 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한달 후 열리는 G8회담에서 남북정상회담 결과와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유도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이 회담자체는 물론 국제사회 여론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두 정상은 대북 정책 이외에도 대일 무역적자, 경제협력, 문화교류, 월드컵협력 등 많은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했다. 이는 두 사람이 첫 만남임에도 상호간에 신뢰를 가져야 할 필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인 듯하다.
모리총리는 이날 “김대통령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던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전총리의 유지를 받들어 양국 관계를 한층 진전시켜 나가겠다”(기자회견) “(오부치전총리를 생각하니)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다”(공식오찬)는 등의 우호적 발언을 자주 했다. 그가 물의를 빚었던 ‘신국(神國)’발언에 대해 사과한 것도 향후 두나라 관계를 원만히 이끌어 나가겠다는 의사표시로 풀이된다.
<최영묵기자>y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