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10명중 7명 "새 총리감 마땅찮다"

  • 입력 2000년 5월 31일 19시 38분


일본을 이끌어갈 만한 정치 리더가 없다.

아사히신문이 지난달 28, 29일 이틀 동안 전국 1500여명의 유권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조사에서 '25일에 있을 총선 이후에 누가 총리가 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나. 한 명만 이름을 말해 달라'고 요구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3분의 2 이상인 69%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없다고 분명히 말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마음에 드는' 정치 지도자가 없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응답자가 거론한 인물을 분석한 결과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와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전총리의 딸인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중의원이 5%로 공동1위를 차지했다.

모리 총리는 1위가 됐다고 해서 좋아할 것이 전혀 없다. 5%라는 비율은 현직 프리미엄을 전혀 살리지 못할 정도로 인기가 바닥이라는 뜻이기 때문. 지난해 8월 같은 조사에서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는 16%, 96년 10월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총리는 22%를 얻었다.

다나카의원은 "1위가 된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모리 총리와 같은 비율이라는 것은 결코 즐겁지 않다"고 말했다. 또 "파벌중심으로 총리를 선출하는 자민당 내에서는 내가 총리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느냐"고 총리선출방식을 꼬집었다.

그 다음으로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대표와 간 나오토(菅直人)간사장, 자민당의 가토 고이치(加藤紘一)전간사장이 3%로 공동 3위. 야당의 대표와 간사장이 3위에 올랐다는 것도 역시 현 자민당 체제에 대한 불만의 표현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정치 리더가 없어도 일본의 정치가들은 특별히 걱정하지 않는다. 내각제이기 때문에 다수당의 총재가 총리가 되고 총재는 당내의 최대파벌이 만들기 때문이다. 변수는 거의 없다. 이같은 현실이 일반인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부채질하고 있다.일본에서도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파층'이 총선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들의 관심은 사안에 따라 흔들린다. 또 꼭 투표를 해야 한다는 의식도 희박하다. 이들이 정치개혁의 구심점으로 떠오르기 어려운 것이 일본정치의 현실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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