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리들이 본 金위원장]"對南 시각 크게 달라져"

  • 입력 2000년 6월 2일 01시 59분


베일에 가려져 있던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 그가 지난달 29∼31일 사흘간 중국을 비공식 방문하면서 자신을 감싼 베일 중 일부를 벗었다. 그를 직접 만났던 많은 사람들은 김위원장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당사자 원칙을 고수했고 개방적인 태도를 보였으며 건강도 좋아 보였다고 전했다. 이들이 전하는 김위원장의 생각과 건강 등을 분야별로 알아본다.

▽한반도를 보는 시각〓탕자쉬안(唐家璇) 중국 외교부장은 1일 “김위원장이 한반도를 보는 시각이 크게 달라져 있었다”고 밝혔다고 권병현(權丙鉉) 주중대사가 전했다. 탕부장은 이날 오후 권대사를 만나 “과거 김위원장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시각은 미국을 위주로 하는 것이었으나 이번에는 한반도 내부의 문제는 남북 쌍방간에 해결해야 한다는 시각으로 크게 바뀌어 있었다”고 말했다. 탕부장은 또 “김위원장의 방중 기간 중 회담이나 회견에서의 주의제는 남북정상회담이었다”고 말했다.

▽건강〓탕부장은 또 “김위원장을 직접 상대해보니 두뇌 회전이 빨랐고, 사물에 대한 반응도 민첩했다”면서 “목소리도 우렁차 아주 건강하게 보였다”고 말했다고 정통한 소식통이 전했다.

탕부장은 “직접 만나 보니 김위원장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전의 이야기들은 사실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양원창(楊文昌) 외교부 부부장(차관)도 권대사를 만나 “김위원장이 과거 술과 담배를 많이 했으나 담배는 이제 끊었고 술은 포도주를 조금 했다”면서 “그의 건강이 매우 좋아보였다”고 말했다.

▽북한경제〓양부부장은 “김위원장이 북한의 국내 경제사정은 호전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발언은 김위원장이 북한 경제가 어려움 속에서도 약간의 호전 기미를 보이고 있는 데 자신감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위원장이 정보통신산업 육성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외교소식통들은 분석했다. 그가 짧은 방중기간 중에도 베이징의 한 컴퓨터 산업단지에 들러 전문적인 용어를 쓰며 이것저것 물어본 것은 경제난 해결방편의 하나로 정보통신 분야에 관심을 둔 것으로 외교소식통들은 풀이했다.

▽북한체제〓김위원장은 장쩌민(江澤民)중국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중국의 개혁 개방 성과에 대해 높이 평가하면서도 ‘조선은 조선식, 중국은 중국식’ 사회주의를 건설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취했다고 중국공산당 중앙대외연락부 대변인이 1일 밝혔다. 김위원장은 “조선은 자국의 상황에 근거해 조선식 사회주의를 건설하고, 중국은 자국의 실제에서 출발해 중국 특색을 가진 사회주의를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중국의 개혁 개방 정책은 위대한 성과를 올렸다. 종합 국력이 부단히 강대해졌고 국제지위가 날로 높아졌다. 이 모든 것이 덩샤오핑(鄧小平)이 제시한 개혁 개방 정책이 정확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는 북한이 지나친 개혁 개방이나 중국의 간섭 없이 주체적이고 여전히 다소 폐쇄적인 방식으로 경제발전을 추구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입장은 인민복의 종주국인 중국에서 김위원장이 계속 인민복을 입고 다닌 데서도 잘 드러난다고 소식통들은 평가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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