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교정수술 창안자 표도로프박사 타계

  • 입력 2000년 6월 4일 19시 40분


근시교정 수술로 유명한 러시아의 안과 전문의 스뱌토슬라프 표도로프 박사가 2일 타고가던 헬기가 모스크바 근교에서 떨어져 73세로 숨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3일 “표도로프가 많은 사람에게 시력을 되찾아 줬으며 의학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진정한 선구자였다”고 애도했다.

표도로프는 70년대 초 레이저나 칼로 각막을 깎아내 근시를 교정하는 수술기법을 최초로 선보여 70∼80년대에 세계적인 명성을 떨쳤다. 이 수술법은 부작용 우려에도 불구하고 서방으로 전파돼 지구촌 전역에서 대중화될 정도로 발전했다.

표도로프는 페레스트로이카(개방) 정책으로 자영업이 허용되자 86년 개인병원인 ‘안과미세수술 연구기술단지’를 설립했다. 이 병원에서는 환자가 누운 수술대가 이동하면서 자동차 조립공정처럼 단계별로 수술이 진행됐다. 환자는 수술대에 누운 채 의사가 기다리고 있는 5단계의 수술실을 차례로 거치면서 눈수술을 받았다. 이런 분업식 수술 때문에 “병원이 아니라 ‘의료공장’”이라는 비난도 받았지만 연간 수천명이 난시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표도로프도 큰돈을 벌어 백만장자가 됐다. 그는 명성과 재력을 바탕으로 96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했고 하원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이런 이력의 그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페름주(州)의 한 병원 안과과장으로 있던 젊은 시절인 60년, 인공수정체 이식 수술을 처음으로 시도했다가 반(反)생리학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병원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이처럼 ‘상식을 파괴하는’ 도전정신이 그를 최고의 안과 전문의로 발돋움하게 한 밑거름이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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