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케이블TV 업계가 5월 중순 지상파 네트워크보다 먼저 광고 선물(upfront) 시장을 마감하면서 기염을 토하고 있다. 케이블TV채널이 지상파TV보다 선물 광고를 선점한 것은 미국 방송사상 처음이다. 케이블TV 업계는 이 덕분에 선물 광고 매출액이 1999년 36억달러(약 3조9600억원)보다 14억 달러가 늘어난 50억달러(약 5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케이블TV채널 TNT의 광고 판매사인 터너 엔터테인먼트 네트 세일즈는 선물 광고의 80%를 팔았으며 작년만 해도 지상파TV의 잔여분을 기다렸으나 이제는 상황이 역전됐다고 말하고 있다.
케이블TV채널이 광고주들의 기대를 크게 받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높은 광고 효과 때문. A&E 네트워크의 론 슈나이더 판매담당 부회장은 “케이블TV가 지상파TV보다 광고 효과가 높으며 가입자들이 점점 더 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1999년 미국 3대 지상파TV 방송인 ABC의 퀴즈쇼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어하는가’가 엄청난 인기를 누렸으나 케이블TV 채널은 여전히 시청률에서 지상파TV 방송을 앞서고 있다는 게 케이블TV 애드버타이징사의 조 오스트로 회장의 진단이다.
케이블TV 업계에서는 지상파TV 방송보다 미리 광고 계약을 하는 게 불리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광고주가 지상파TV 방송 계약이 끝나기 전에 케이블TV 방송 광고액을 결정하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계약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는 것. 특히 케이블TV가 본격적으로 지상파TV 방송의 선물 시장을 겨냥한다면 지상파TV 방송의 대반격으로 수백만달러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이에 대해 ‘디스커버리 네트워크’같은 곳은 광고주가 우선 케이블TV 채널과 일부를 계약한 뒤 여전히 지상파TV 방송 광고가 비싸다고 판단되면 나머지를 지불하는 유보적인 방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터너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 세일즈의 부회장 리즈 재너먼은 “케이블TV 채널은 강력한 시장이며 광고주들은 기다릴수록 비싼 대가를 지불할 것”이라며 케이블TV의 매체 파워를 장담하고 있다.
<허엽기자>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