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佛전문가 시각]"북한은 바꾸지 않을것"

  • 입력 2000년 6월 15일 19시 46분


《동아시아 지역 정세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받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세계 주도국들의 시각은 미묘하다. 한반도의 오랜 냉전을 종식시키고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여는 큰 발걸음에서 ‘중요한 공헌’을 했다는 원론적 혹은 외교적 평가의 이면에는 ‘강국의 의견이 충돌하는 접점’ 한반도에 대한 주변 열강들의 복잡한 심사가 잠복해 있다. 각국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전문가들의 기고를 통해 그 일단을 들여다본다.》

■佛 기 소르망 (전 총리경제고문)

북한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지배계층은 하나의 목적밖에 추구하지 않는다. 그것은 생존이다.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북한은 모든 수단방법을 동원해 왔다. 여기에는 물론 협상도 포함돼 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만남은 북한정권에게 있어 현상유지를 연장하기 위한 수단이다. 어제는 위협했다가 오늘은 토론 테이블에 앉는 것이 북한의 지금까지 스타일이다. 위협보다는 협상이 바람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대통령과의 만남을 북한의 의도가 바뀌었다는 조짐으로 볼 수는 없다. 물론 한국도 북한정권의 태도에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쉽사리 협상에 의미를 둘려는 경향이 있다.

나는 북한이 스스로를 개혁시킬 것으로 믿지 않는다. 경제부문에서도 북한이 개혁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중국보다도 훨씬 완화된 속도로라도 북한의 시장개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찾아보라. 북한의 기업가들이 어디 있는가. 노동당의 중진간부나 정부관리들을 설득할 수는 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쇄신 능력에 회의적이다.

나는 물론 남북한이 화해를 향해 내딛은 첫걸음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이 역사적인 첫걸음이 남한에서 열망하는 소프트 랜딩을 향해 나아가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그렇다고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리지는 않겠다. 상황은 두 가지 방향중의 한 쪽으로 진전될 것이다. 북한이 더욱 호전적이 되거나 군사쿠데타에 의해 내부적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그것이다.

나는 두 번째 시나리오가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 이는 근본적으로 한국이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갖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통일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얽힌 문제를 서로 풀어가야할 사람들은 북한사람들 자신이다.

TV를 통해 방영된 북한 정권의 한국대표단에 대한 환대를 지켜보면서 나는 예전에 노로돔 시아누크 캄보디아 국왕이 나에게 주었던 충고를 떠올렸다. 그는 그때 “조심하세요. 그들은 연극의 도사들이에요. 당신이 북한에서 보게 될 모든 장면은 꾸며진 것입니다”라고 말했었다.

김위원장이 영화 애호가일뿐 아니라 그 자신이 많은 영화를 찍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상기해야만 한다. 전세계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된 장면들을 통해 또 다른 영화를 만들려는 그의 꿈은 실현됐다.

<정리·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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