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이제 더 이상 발생학적으로 신비에 싸여있지 않다. 인간의 유전자가 마치 한권의 책처럼 엮어져 누구나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웹사이트에도 올라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유전자 염기서열은 사람마다 기본적인 배열과 함께 약간의 차이를 나타낸다. 이 차이와 변화가 각자의 삶을 다르게 만든다. 우선 게놈을 살펴보면 그 사람의 분명한 생태학적 특징을 읽을 수 있으며 따라서 장래를 예측할 수 있다. 인간 게놈은 과실, 파리나 벌레 심지어는 식물의 그것과도 흡사하다. 인간이 다른 생물들과 마찬가지로 하찮은 것으로부터 출발했음을 보여준다. 이로써 인간 창조설은 끝을 맺어야겠지만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게놈은 또한 생물 조직의 복잡성을 말해준다. 인간과 파리의 차이는 대체로 DNA에 암호로입력된 유전자의 숫자로 측정된다. 인간 유전자의 총량은 앞으로 더 연구 분석되어야 하지만 5만개 정도라는 것이 합리적인 추산이다. 파리가 1만4000개, 벌레가 1만8000개 정도로 추산될 때 인간과 벌레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기껏해야 수백개 또는 수천개의 유전자가 걷고 말하는 인간과 그렇지 못한 벌레나 박테리아의 생활기능을 구별짓는 것이다.
하지만 한 개의 유전자가 여러 개, 보통 10개 이상의 서로 다른 프로테인을 함유하고 있다. 생물이 서로 다른 행태나 형태를 보이는 것은 이 프로테인의 양, 조합 또는 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게놈의 복잡성은 바로 유전자가 아닌 프로테인의 다양성에서 비롯되며 여기에 인간 생명체의 복잡성이 함축되어 있다.
인간 게놈 지도의 발표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 영향이 증대할 것이다. 과학과 의학은 더 이상 어떤 특정 생체 조직이나 기능에 몇 개의 유전자가 관련되어 있을까 하는 불확실성 속에서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학생이나 학자들은 더 이상 유전자를 분리시키려고 수많은 밤들을 지새우지 않아도 된다. 앞으로 제약회사들은 각각의 프로테인 기능을 바꾸어 신약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생물학이 단지 매듭짓는 과정만 남았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유전자 염기서열은 몸체에서의 유전자 기능이나 역할에 대해 별다른 정보를 주고있지 않다. 기껏해야 유전자의 능력을 암시해 주거나 또는 추정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실험을 통해서 그것을 과학적 사실로 입증해야 한다. 어쩌면 한 유전자에 대한 실험에 전체 게놈이 동원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인간의 각 유전자 역할을 이해하는 데 다음 반세기가 더 걸릴 것으로 본다. 그것도 국가가 나서 지속적으로 재정적 지원을 할 때 가능할 것이다. 최근 발표된 게놈 분석 초안은 결코 완성과는 거리가 멀다. 이것조차도 1∼2년이 더 걸려야 결함없는 질좋은 생산품이 나올 수 있다.
인간 게놈의 완성은 과학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이다. 과거사를 돌이켜 보아서가 아니라 앞날을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과학 각 분야의 정교한 협력과 신기술의 응용, 특히 컴퓨터 기술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던 연구다. 현대 생물학이 정보과학이라는 점에서 게놈연구 성과는 신체 정보체계 연구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정보가 전달되고 해독되는 과정에서 어떻게 해서 질병이 발생하는가를 밝혀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혁명적인 사건인 것이다.
(http://www.nytimes.com/yr/mo/day/oped/25balt.html)
데이비드 발티모어(캘리포니아 공학학장. 1975년 노벨의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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