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좌) 러시아 대통령과 대표적인 올리가르흐(과두 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푸틴의 집권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정 재계 실력자 베레조프스키는 27일 연방정부권한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푸틴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베레조프스키는 “푸틴이 최근 주지사의 상원의원 겸직 금지 등 중앙권력강화를 서두르는 것은 취약한 통치능력을 감추기 위해서”라며 “이는 위헌일 뿐만 아니라 독재체제로 돌아가려는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그동안 지방정부와 밀착해 사업을 키워온 베레조프스키는 최근 푸틴의 개혁정책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그는 금융 언론 재벌인 블라디미르 구신스키 모스트그룹 회장이 구속됐다 풀려난 데 이어 검찰이 오넥심그룹 등 다른 재벌의 비리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자 “푸틴이 본격적으로 재벌을 손보려 하고 있으며 다음 차례는 나”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베레조프스키는 30%의 지분을 갖고 있는 반(半)관영 ORT방송의 이사에 딸 예카테리나(21)를 선임하는 등 푸틴과의 결전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소유한 많은 언론사와 하원의원의 면책특권을 앞세워 푸틴과 맞설 채비를 하고 있는 것. 미하일 카시야노프 총리와 알렉산드르 볼로쉰 대통령행정실장 등 곳곳에 포진해 있는 자신의 인맥도 버팀목 중의 하나. 그러나 당국이 보리스 옐친 전대통령 정부 시절 베레조프스키가 받은 여러 특혜와 정경유착 등을 파헤치기 시작할 경우 안심할 수만은 없다.
반면 푸틴은 개혁정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베레조프스키 등 올리가르흐의 영향력을 누르고 독자적인 권력을 강화해야 하기 때문에 양측은 그야말로 ‘진검승부’를 벌일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